하루 10시간 이상 공부하면서 30년 동안 100여 권의 저서를 펴낸 사람. 그렇게 쌓인 책 위에 한 권의 책이 더 놓여졌다. 문학평론가 김윤식(66·사진) 명지대 석좌교수의 '오늘의 작가 오늘의 작품'(문학사상사 발행)이다.그는 매월 수십 편씩 발표되는 소설을 빼놓지 않고 읽고, 그 평을 쓰는 작업을 수십 년째 계속해 오고 있다. '오늘의 작가 오늘의 작품'은 2000년 이후 김교수의 월평을 모은 것이다. 5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에는 92명의 작가가 받은 비평의 세례가 담겼다. 서정인 박상륭 윤흥길 윤후명씨 등 중진 작가들로부터 윤대녕 전경린 하성란씨 등 문단의 허리를 아우른다.
저자는 서문에서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서는 대목에서 이 나라 작가들이 혼신의 힘을 기울여 쓴 작품들에 대한 제 존경의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그는 '왜 소설을 쓰는가'라는 물음에 인간은 벌레가 아니라는 신념을 내세우기 위하여, 사회의 윤활유 몫을 하기 위하여, 장작과 소금을 얻기 위하여 쓴다는, 목적형 글쓰기를 하는 작가들을 존경한다. 그리고 그 물음에 안절부절못하고 얼굴을 붉히기만 하는, 자동사(自動詞)형 글쓰기를 하는 작가들도 함께 존경한다는 그이다.
특히 글쓰기의 목적의식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어느 한 지점으로 모아지지 않는 시대에 저자는 젊은 작가들의 소설에 주목한다. 정영문 김영하 박성원 조경란 김연수 백민석씨 등 1990년대 중반 이후 등단한 30대 초·중반 소설가들의 새로운 글쓰기를 부단히 좇는다. '새로운 것'에 목말라 하면서 신인을 발굴하고 탐색하려는 그의 날카로운 시선은 강영숙 천운영 윤성희씨 등 신진 작가들의 문제적인 글쓰기를 놓치지 않는다. 일간지 신춘문예 당선작까지 꼼꼼하게 훑으면서 새로운 문학 동향을 점검한다. 목적의식을 명료하게 제시할 수 있는 소설가이든 혹은 그렇게 할 수 없는 소설가이든 모두 순결한 문학을 수행하며, 문학비평은 이 두 가지 글쓰기의 본질을 꿰뚫고 애정을 갖는 데서 출발한다고 김교수는 암시한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