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법무부와 대검 청사에서 각각 열린 김정길(金正吉) 법무장관과 이명재(李明載) 검찰총장의 이임식은 시종 무겁고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두 사람은 이임사에서 한결같이 '인권 검찰'이 돼줄 것을 누누이 강조했다.오후 3시께 법무부 대회의실에 들어선 김 장관은 "국민들과 유족에게 충격과 실망을 안겨드린 데 대해 사죄드린다"는 말을 시작으로 퇴임사를 담담하게 읽어 내려갔다.
김 장관은 "범죄진압을 위해 인권을 희생해도 좋다는 위험한 생각과는 결별해야 한다"며 "부디 실체적 진실 발견과 인권옹호라는 두 이상을 최고의 이념으로 삼는 법무·검찰이 돼 달라"고 간곡히 당부했다.
특히 김 장관은 "잘못된 정보를 토대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외부세력에 굴한다면 조직이 바로 설 수 없다"고 말해 정치권과 일부 언론을 지적한 게 아니냐는 분분한 해석을 낳기도 했다.
뒤 이어 오후 4시30분께 대검청사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퇴임식에서 이 총장은 "피의자 사망사건으로 검찰에 쏟아지는 모든 질책은 내 두 어깨에 짊어지고 가겠다"며 "태산같이 의연하되 누운 풀잎처럼 겸손한 자세로 최선을 다한다면 검찰의 위상이 바로 서는 날이 멀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퇴임식에는 살인피의자 사망사건 이후 외부접촉을 피하던 김진환(金振煥) 서울지검장이 참석했으나 시종 얼굴을 들지 못했고 정현태(鄭現太) 서울지검 3차장은 아예 불참했다. 대검의 한 간부는 "오점 하나 없이 명망 높던 분의 퇴진이 너무도 쓸쓸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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