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에 터 잡은 내로라하는 문중(門中)들의 전승 유물을 통해 옛 선비들의 삶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경북 안동에 자리잡은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심우영·沈宇永)은 5일 '선비, 그 멋과 삶의 세계'란 이름으로 문중 유물 특별전시회를 개막했다.
내년 1월 31일까지 열리는 전시회에는 15∼19세기의 서화, 전적, 기록화 등 69점이 선보인다. 퇴계(退溪) 이황(李滉·1501∼1570)이 제자 권호문(權好文·1532∼1587)에게 글씨체 본으로 써준 '퇴도선생필법'(退陶先生筆法·보물 548호), 임진왜란 때 서애(西厓) 유성룡(柳成龍·1542∼1607)이 명(明)의 이여송(李如松)에게서 선물로 받은 '당장시화첩'(唐將詩畵帖·보물 160호)을 비롯해 보물 지정 문화재만 20여 점에 이른다. 조선 초 문신 권주(權柱·1456∼1505)가 사신으로 대마도와 명으로 떠날 때 신용개(申用漑) 등 당대 명사들이 써준 시를 엮은 '동사별장'(東?別章)과 '연행별장'(燕行別章) 등은 일반에 처음 공개되는 자료다.
농암(聾巖) 이현보(李賢輔·1467∼1555)가 안동부사로 있던 1519년 이 지역 80세 이상 노인들을 천민까지 관아로 초대해 베푼 경로잔치 장면을 담은 '화산양로연도'(花山養老燕圖), 1656년 서울 남산에서 열린 재경 영남 관리들의 향우회 모습을 그린 '종남동도회제명록'(終南同道會題名錄) 등 요즘의 기념사진에 해당하는 각종 기록화도 눈길을 끈다. 김순석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원은 "관람객들이 전시회를 둘러본 뒤 유성룡 생가가 있는 하회마을 등 문중 종가들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체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054)851―0763
/이희정기자 jaylee@hk.co.j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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