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과정의 피의자 사망사건으로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동반 사퇴한 사태는 곧 검찰의 인적 쇄신이 불가피함을 예고하고 있다.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5일 국무회의에서 "구구한 변명이나 집단이기주의는 버리고 검찰 스스로 철저히 반성하여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후임 인선에 문책의 메시지를 담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임기가 석 달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대대적인 인사로 검찰 조직을 뒤흔들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따라서 문책의 성격을 담으면서 조직을 흔들지 않기 위해서는 현직에서 검찰총장을 발탁하는 관행 대신 검찰 밖에서 총장감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검찰에서 관행적으로 거론되는 대로 이명재(李明載) 전 검찰총장(사시 11회)의 다음 기수인 사시 12회에서 총장을 임명한다면 연쇄 승진이 이루어지게 되는데, 이는 문책의 흐름에서 보면 '넌센스'라는 것이다. 아울러 다음 정권에서도 부담을 갖지 않을만한 인사를 택해야 하는 정치적 측면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어서 비호남 출신이 우선적인 검토 대상이 되는 분위기다.
이런 포인트에 따라 검찰 밖에서 인선을 할 경우 이 전 총장과 동기인 김경한(金慶漢·경북 안동) 전 서울고검장, 김영철(金永喆·경북 김천) 전 법무연수원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수장(金壽長·사시 8회·대전) 전 서울지검장도 거명되나 '기수를 거슬러 올라가지 않는다'는 총장 인선의 관행을 파격적으로 깨는 데다 부천서 성고문 사건의 주임 검사였다는 점도 부담이다.
검찰의 관행을 존중하고 사기를 고려해 현직에서 임명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사시 12회인 김각영(金珏泳·충남 보령) 법무차관, 이종찬(李鍾燦·경남 고성) 서울고검장, 한부환(韓富煥·서울) 법무연수원장, 김승규(金昇圭·전남 광양) 부산고검장이 대상이다. 이들 중 민감한 대선국면에서 각 정파가 경계하지 않고 지역적으로 중립성을 갖는 인물은 김 차관이다. 하지만 그는 서울지검장 시절 정현준·진승현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다는 시비에 말린 적이 있다.
장관 인선은 폭이 훨씬 넓다. '비호남 검찰총장, 호남 법무장관'이라는 기존의 구도가 유지된다면 심상명(沈相明·사시 4회·전남 장성) 전 부산고검장이 무난하다는 평이다. 이재신(李載侁·사시 8회·전북 정읍) 청와대 민정수석도 거론되나 이 수석은 추가 인사 요인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선택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비호남 출신으로는 최명선(崔明善·사시 3회·평북) 전 대검차장, 김진세(金鎭世·사시 7회·경북 울진) 전 대전고검장, 박순용(朴舜用·사시 8회·경북 구미) 전 검찰총장 등이 거명된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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