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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639)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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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639)무질

입력
2002.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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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0년 11월6일 오스트리아 소설가 로베르트 무질이 클라겐푸르트에서 태어났다. 1942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몰(歿). 무질은 육군학교를 거쳐 아버지가 교수로 있던 브륀 공과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뒤 베를린 대학에서 철학·수학·심리학을 공부했다. 1908년에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의 주제는 경험비판론자 에른스트 마흐였다.첫 소설 '사관후보생 퇴를레스의 망설임'(1906)이 평단과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자, 무질은 연구자의 길을 접고 소설가로 나섰다. 바이스키르헨 육군학교 시절의 경험에서 소재를 취해 청소년의 자아 발견과정과 권력의 본질을 묘사한 이 소설은 무질 소설 세계의 밑그림이 되었다. 주인공의 지적·정서적 삶을 중심에 놓는다는 점에서 무질의 소설 세계는 흔히 마르셀 프루스트의 그것에 비교된다. 그러나 무질 쪽이 한결 더 관념적이다. 울리히라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마지막 나날을 그린 미완성 대작 '특성 없는 남자'는 본문의 3분의2 가량이 논설투다.

유럽 관념 소설의 백미로 꼽히는 '특성 없는 남자'의 한 대목. "한 나라의 현상을 그 주민의 특성을 통해 설명하는 것은 언제나 그르다. 왜냐하면 한 나라의 주민은 적어도 아홉 종류의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직업적 특성, 공민적 특성, 계급적 특성, 지리적 특성, 성적 특성, 의식적 특성, 무의식적 특성 그리고 매우 개인적인 특성 따위가 그것이다. 사람은 이 특성 전부를 자기 자신 안에서 결합시키지만, 그 특성들은 그를 흐물흐물하게 만들어버린다. 그래서 사람은 졸졸 흐르는 이 모든 시냇물들에 씻겨 내리는 수로에 지나지 않는다. 이 시냇물들은 그 수로 안으로 흘러 들었다가 또 다른 수로를 채우는 시냇물들과 합류하기 위해 그 곳을 빠져나간다."

고 종 석/편집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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