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탈당 사태로 대선 정국이 요동하는 가운데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와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의원의 고민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어떻게 해서든지 대선 국면을 활용, 대선 이후에도 영향력을 유지할 발판을 마련해야 하지만 뾰족한 수가 좀체 보이지 않는다. 현 정국에서 두 사람의 고민이 가장 클 것이라거나, 동병상련(同病相憐)일 것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두 사람은 1997년 대선 때와 달리 이번에는 출마할 기회는 커녕 '킹 메이커' 역할도 제대로 하기 힘든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한때 정몽준(鄭夢準) 의원과의 '반창(反昌)· 비노(非盧)' 연대설이 거론됐으나 득실 계산이 엇갈린 데다 정 의원의 지지도마저 한풀 꺾여 성사가 아득해 진 분위기다.
그렇다고 두 사람이 현재의 흐름을 방관하는 소극적 대응에 머물 수도 없다. 이 의원만 해도 주변에 비전을 보여주지 못해 계보 의원들이 민주당을 빠져 나가는 등 장악력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JP 역시 친(親) 한나라당 성향 의원들이 탈당 배수진을 치고 한나라당에 '투항'할 것을 요구하는 등 사실상의 '2선 후퇴' 압박을 받고 있다.
최근 두 사람이 충청권을 기반으로 새로운 정당을 추진하고 있다는 이른바 중부권 신당설이 나돈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창당에 성공한다면 대선에서의 발언권은 물론 이후의 정계 개편에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으며 2004년 총선 대비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부권 신당에 대한 양측의 집착 정도가 아직 차이가 있어 실제 성사 여부는 불투명한 현실이다.
양측은 5일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중부권 신당설은 떠도는 얘기일 뿐"이라고 일단 부인했다. JP는 이날 부인 논평을 발표하라고 지시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설익은 신당설이 당내 동요만 부추길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한 측근은 "JP의 국면 타개 구상 가운데 중부권 신당은 후순위"라며 "탈당파 등이 자민련에 들어와 교섭단체를 만드는 방식이면 모를까 '헤쳐 모여' 식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자민련 '간판'에 변화가 오는 순간 소속 의원들의 이탈로 당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 의원측은 "중부권 신당 추진에 합의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면서도 "서로 이해가 일치해 깊숙한 교감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 측근은 "이 의원은 중부권 신당을 만들어 두면 대선 이후 통합 야당의 구심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JP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를 선택하지 않는 한 중부권 신당이 유일한 대안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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