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해 대 테러전을 선언한 이후 아프가니스탄 이외 지역으로는 처음 4일 예멘에서 알 카에다 조직원에 대한 미사일 표적 공격을 감행하는 등 대 테러전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미군은 또 북아프리카에 군기지 신설 방침도 밝혀 사실상 전세계를 대 테러전의 전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중앙정보국(CIA)이 주도한 예멘의 알 카에다 조직원 암살은 테러 혐의만으로 인명을 살상했다는 논란도 일 것으로 보인다.■알 카에다 고위 간부 표적 사살
무인 정찰기 프레데터가 이날 새벽 예멘 서북부 알-나야 인근에서 알 카에다 고위 간부 등을 태운 차량에 대 전차 미사일을 발사해 6명이 숨졌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숨진 사람 중에는 한때 오사마 빈 라덴의 경호원을 지냈고 빈 라덴의 예멘 내 최고위급 보좌관인 알리 카에드 시난 알-하르티(사진)가 포함돼 있다.
미 당국은 알-하르티가 미 구축함 콜호 폭탄 테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추적해왔다. 콜호 사건은 2000년 10월 예멘 아덴항에 정박 중이던 미 해군 유도 미사일 구축함이 소형 고무보트의 자살 공격을 받아 폭발한 사건으로 당시 17명의 미군이 숨졌다. 지난달 초 예멘 해안에서 일어난 프랑스 유조선 폭발 사건도 알 카에다 테러로 추정되고 있다.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사건 직후 예멘과 미국 정부가 대 테러전에 공조하고 있으며 "예멘 정부와 협력을 위해 요원들이 현지에 있고 그들이 이런 공격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간 이외 지역에서 알 카에다를 살해한 것은 미 정부가 세계 전역을 사실상 대 테러의 전장으로 여긴다는 방증이며 알 카에다는 이런 작전에서 적으로 간주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하지만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서 암살 권한을 부여 받은 CIA가 교전도 아닌 상황에서 테러 혐의자를 표적 살해한 것은 과잉 작전이라는 비판도 있다.
■공격용 프레데터 활용 늘 듯
이날 작전은 프레데터가 예멘 동부의 마리브로 이어지는 고속도로 상공을 계속 선회하며 차량들을 정찰해 사진이나 레이다 정보를 지상 통제소로 보내 목표물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시작됐다. 통상 14기의 헬파이어 대 전차 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는 프레데터는 목표물 확인 후 지상 통제소의 조종에 따라 알-하르티 탑승 차량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정찰 목적으로 1995년 개발됐다가 지난해 2월 전투 능력을 갖추도록 성능을 높인 프레데터가 실전에 투입된 것은 지난해 아프간전이 처음이다. 이후 탈레반 잔당이나 알 카에다 조직원 색출, 사살을 위해 적극 활용돼 지난해 11월에는 카불 인근에서 빈 라덴 휘하 군사 담당 최고위 간부 모하메드 아테프도 사살했다.
프레데터는 24시간 비행 가능하고 실시간으로 사진 등 정찰 지역의 정보를 보내주는 이점 때문에 대 테러전에서 이용 가치가 높다. 전투장면을 미 본토의 지휘본부로 생중계한다.
■대 테러전 전세계로 본격 확대
미군은 중앙아시아와 동아시아 지역의 대 테러 작전에 이어 '아프리카의 뿔'(Horn of Africa)로 불리는 아프리카 북동부에 대 테러전을 수행할 군 기지를 세울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400명 정도의 제2 해병 사단이 주축인 이 기지는 일단 홍해에 있는 해군 사령선 USS 마운트 휘트니에 설치된 뒤 2, 3개월 뒤 지부티 해변으로 옮길 예정이라고 국방부 관리들이 말했다. 지부티에는 이미 800명의 미 육군 특수부대원들이 있으며 해병대 추가 파병은 테러와의 전쟁을 전 세계로 본격 확대한다는 의미이다. 새 기지는 이슬람 전통이 뿌리 깊은 북 아프리카 주변국들과 미군의 협력을 상호 조정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에 미군 기지가 설치되면 아프간 바그람 공군기지에 이어 앞으로 마련될 걸프 지역을 포함해 모두 3곳에 고유한 임무를 띤 지역 군기지를 보유하게 된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