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마침내 조기 총선 실시를 선언했다.노동당이 연정을 탈퇴한 지 닷새 만에 혼돈에 빠진 정국을 타개하기 위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리쿠드당과 노동당의 연정 붕괴 이후 극우파를 끌어모아 내각을 재구성하고 의회 다수당 지위를 회복하려던 샤론의 갑작스러운 입장 선회 배경은 이런저런 미봉책으로는 정부를 힘 있게 이끌어갈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년 1월 조기 총선으로 급선회
모쉬 카트사브 이스라엘 대통령은 5일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하자는 샤론 총리의 요구를 수용, 내년 1월 28일 총선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원래 다음 번 총선은 내년 10월로 예정돼 있었지만 이스라엘 헌법상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하면 그로부터 90일 안에 총선을 실시해야 한다.
샤론은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경제난 및 팔레스타인과의 분쟁 등 안보 문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정국 정상화가 급선무라고 판단했다"면서 "연정 붕괴로 인한 정국 혼란에 대해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조기 총선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샤론의 노림수는
겉으로는 "국익을 위해 총리직을 내놓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샤론의 속셈은 다른 데 있다.
4일 의회에서 정부 불신임안이 부결된 뒤 샤론은 군소 정당을 끌어들여 연정을 계속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7석을 갖고 있는 극우 '민족연합-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이 연정 참여를 끝내 거부한 것이 그의 마음을 바꾼 결정적 계기가 됐다.
노동당(25석)의 탈퇴로 집권 연정의 의석이 의회 전체 120석 중 55석에 그쳐 과반 의석을 확보하려면 베이테누당과의 연합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샤울 무파즈 신임 국방장관 등 극우파를 끌어모아 내각을 새로 구성하고 연정을 확대하려는 시도에 대한 미국 및 아랍권 등의 우려와 비난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조기 총선을 실시해도 리쿠드당이 이끄는 소수파 연정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할 수 있다는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도 샤론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여소야대 정국 타파는 고사하고 총리직을 빼앗길 수 있는 위험부담까지 감수한 것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전망
샤론은 앞으로 오랜 정적이자 차기 총리직을 노리고 있는 벤야민 네탄야후 전 총리와 치열한 당권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연정 붕괴후 샤론이 내각 안정을 위해 제의했던 외무장관직을 '조기총선 실시' 조건을 내세워 거부해 온 네탄야후는 이날 샤론의 총선 발표 직후 외무장관직을 수락했다.
최근 당원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두 사람의 지지율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결정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의회를 해산하고 선거전을 시작함에 따라 2005년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창설을 목표로 하는 미국의 3단계 평화안 추진이 당분간 불가능하며,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주둔 이스라엘군 철수 등 평화 정착 전제조건의 시행이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특히 샤론이 당권 유지를 위해 매파 성향이 더한 네탄야후와 선명성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강경한 목소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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