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업용 컴퓨터시장을 잡아라."국내 개인용컴퓨터(PC) 시장을 놓고 외국의 유명 정보기술(IT)업체인 HP와 델컴퓨터가 정면 승부를 벌인다. HP와 델컴퓨터는 지난해 각각 570억달러와 321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IT업계의 공룡들. 이들이 한국 시장을 놓고 맞붙게 된 배경은 전자정부 출범 및 국내 기업들의 IT용품 수요 확대와 맞물려 내년에 서버, 개인휴대단말기(PDA), 프린터 등 국내 기업용 PC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델컴퓨터의
공격 먼저 포문을 연 것은 델컴퓨터. 마이클 델 델컴퓨터 회장은 최근 서울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 참석차 방한, "앞으로 서버, 프린터, PDA 등 한국의 기업용 IT시장에 본격 진출하겠다"고 선언해 이 분야에서 굳건한 아성을 지켜온 HP에 도전장을 던졌다. 마이클 델 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컴팩컴퓨터와 합병을 통해 덩치만 키운 HP와 다른 만큼 성공적인 시장 진입을 보여주겠다"며 컴팩컴퓨터와의 합병작업을 진두지휘한 칼리 피오리나 회장의 속을 긁어 놓았다.
업계에 따르면 실제로 마이클 델 회장의 발언이 엄포가 아니라는 것을 반영하듯 델컴퓨터의 국내지사는 올해말부터 기업용 PC시장에 본격 진입하기 위해 최근 서버, PDA 등 관련 영업을 전담할 인력 확충에 나서 HP 뿐만 아니라 관련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HP의 반격
"기업용 PC시장은 단순 유통과 다르기 때문에 일반인들을 상대로 PC를 유통해온 델컴퓨터는 결코 기업용 PC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최근 서울을 다녀간 칼리 피오리나 HP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초청 강연에서 이 한마디로 델컴퓨터의 도발을 일축했다.
HP가 믿는 방어막은 기업용 PC시장에서 20년 동안 갈고 닦아온 마케팅 노하우와 축적된 기술력이다. 피오리나회장도 이를 의식해 "마케팅과 기술축적이 관건인 기업용 PC시장에서 이제 걸음마를 뗀 델컴퓨터의 앞날은 험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HP의 경우 기업용 소프트웨어 등 구비하고 있는 솔루션도 만만치 않아 델컴퓨터보다는 여러모로 유리한 입장이다. 여기에 최근 컴팩컴퓨터와 합병을 하며 구조조정 및 조직개편을 단행, 군살을 뺐기 때문에 마케팅의 밑바탕이 되는 자금력에서도 이제 갓 시장에 진출한 델컴퓨터보다는 여유가 있다는 게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
관련업계에서는 HP와 델컴퓨터의 싸움을 IT경기의 회복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남의 땅'을 넘보지 않고서는 성장할 수 없는 IT업체들의 숙명이 빚은 당연한 결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주문판매방식으로 PC를 판매해온 델컴퓨터가 기업용 PC시장에서도 저돌적인 영업력을 보여줄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라는 반응이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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