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무대를 휩쓴 뮤지컬 열풍에 위축됐던 연극이 반격에 나섰다. 실력있는 연출가와 극단들이 일제히 신작을 내놓기 시작했다.창작극이 강세다. 극단 산울림의 임영웅 연출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12월 29일까지 산울림극장), '청춘예찬'으로 상을 휩쓴 연출가 박근형의 '깔리굴라 1237호'(7일∼12월 1일 아룽구지 소극장), 화제작 '먼지아기'의 연출가 김동현의 '오랑캐 여자 옹녀'(8∼17일 연강홀), 윤조병 연출 극단 여인극장의 '새벽, 그 여자의 춤' (14∼25일 학전블루 소극장) 등이 올라간다. 한국 전통연희 양식의 현대화에 매달려온 중견 연출가 이윤택은 이오네스코의 부조리극 '수업'(10일까지 학전블루 소극장)과 소포클레스의 고대 그리스 비극 '오이디푸스'(19∼24일 폴리미디어 시어터)를 잇달아 올려 해외 고전으로 눈을 돌린다.
그중 이번 주에 나란히 선보이는 극단 물리의 '광해유감' (6∼13일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과 극단 쎄실의 '진땀 흘리기'(7∼10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는 연말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보면 좋을 법한 역사극. 조선시대 광해군과 경종 연간을 각각 다루면서 권좌가 얼마나 유감스럽고 진땀 나는 자리인지 설파하기 때문이다.
'광해유감'은 폭군으로 몰려 폐위된 광해군의 권력유감이다. 반정세력의 칼 앞에서 광해군은 말한다. "누구냐? 능양군이 새 임금으로 올랐느냐? 내가 조카에게 한 말씀 드린다. 고단한 자리에 앉느라 수고하셨소."
지난해 삼성희곡상 최종후보에 올랐던 신예 임은정의 대본을 '레이디 맥베스'로 성가를 올린 한태숙이 연출한다. 스타들이 출연한다. 원로 배우 오현경이 괴팍스런 애증으로 아들을 괴롭히는 선조로 모처럼 무대에 등장하며 묵직한 카리스마의 배우 한명구가 광해군으로, 지난해 백상예술대상 신인연기상을 받은 장영남이 인목대비로 나온다. (02)764―8760
'진땀 흘리기'는 우리 시대 대표적 극작가의 한 명인 이강백의 신작. 장희빈의 아들 경종이 격심한 정쟁의 틈바구니에 낀 채 진땀을 흘려야 했던 정치 상황을 빌어 오늘의 현실을 풍자한다. 14세 어린 나이에 어머니 장희빈이 사약을 받고 죽는 장면을 목격한 뒤 허한증에 시달리던 경종은 즉위 후 죽고 죽이는 정쟁을 벌이면서 옳고 그름의 판단을 강요하는 신하들에 시달린다. 자신의 괴로움을 대물림하지 않으려는 그에게 세자를 낳으려는 왕비의 유혹은 더욱 괴롭다. 그런 왕에게 노론은 우황, 소론은 용골로 만든 약을 올린다. 둘 다 먹었다간 목숨을 잃는다. 경종은, 당신이라면 어찌 할 것인가. '산씻김' '카덴차' 등 잔혹극에서 충격적 무대를 보여줬던 채윤일이 연출을 맡고 이찬영 김은영 조태구 등이 출연한다. (02)780-6343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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