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4일 검찰 수사과정에서 살인 용의자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 김정길(金正吉) 법무장관과 이명재(李明載) 검찰총장이 지휘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함에 따라 5일 이를 수리하고 금명간 후임을 인선할 방침이다.청와대 박선숙(朴仙淑) 대변인은 이날 "김 장관이 이재신(李載侁) 민정수석에게 이 총장의 사표 제출 사실을 전하면서 자신의 사의도 함께 표명해 왔다"면서 "두 분의 사표는 김 대통령에게 보고됐으며 5일 중 수리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자리를 오래 비워둘 수 없기 때문에 가능한 한 5일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을 인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그러나 임기 말이기 때문에 인선에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의 안정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었지만 인권존중의 의지를 다지는 차원에서 사표를 수리키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3·4·30·31면
이로써 7·11 개각 때 재기용된 김 장관은 재임 4개월도 채 안 돼 물러나게 됐으며 1월 제31대 검찰총장에 취임한 이 총장도 임기를 1년2개월여나 남기고 도중하차하게 됐다.
이에 앞서 이 총장은 김 장관에게 전격 사표를 제출했으며 김 장관도 "법무행정의 책임자로서 검찰총장과 함께 책임을 지겠다"며 김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사상 초유의 법무·검찰 수뇌부 동반사퇴로 대검 감찰부의 사망사건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서울지검 수사·지휘 라인에 대한 문책의 강도가 커지는 등 검찰 조직 전체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일부 검사들은 "이 총장의 사퇴가 여론 압박과 정치적 공세에서 비롯됐다"며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간부들의 만류에도 이 총장이 '조직을 살리기 위해서는 내가 모든 짐을 짊어져야 한다'며 사퇴의사를 굽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 총장의 사직서가 수리될 때까지 김학재(金鶴在) 대검 차장이 총장 직무를 대행한다.
이 총장은 이날 오전 대검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한 뒤 A4지 4장 분량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총장은 "이번 사건으로 국민 여러분께 커다란 충격과 실망을 안겨드린 데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검찰 사상 초유의 불행한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 검찰 최고책임자로서 마땅히 그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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