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옷로비 사건에서 시작한 국민의 정부하의 '검찰 수난사'가 정권 이양 2개월 남짓 남은 시점에서 마침내 검찰총장과 법무장관 동반사퇴라는 극한 상황으로까지 이어졌다.특히 대선 정국의 최대 뇌관이었던 병풍(兵風)이 '수사 종결이냐, 중단이냐'는 논란 속에서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가는 시점에서 이번 사건이 터지자 검찰 내부에서는 '저주받았다'는 탄식마저 터져나오고 있다.
현 정부 들어서 사법처리된 검찰총장 출신만 2명(역대 총 3명)이라는 사실은 이 같은 자조가 과장만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 준다. 99년 김태정(金泰政) 당시 검찰총장은 부인 연정희(延貞姬)씨의 '호피무늬코트'가 사단이 된 옷로비 사건으로 현 정부 검찰 수난의 첫 상징이 됐다. 김 전 총장은 총장임기가 끝나기 전에 법무장관에 발탁됐지만 취임 16일만에 물러났고 퇴임 후 결국 구속됐다.
옷로비 사건 이후에는 벤처와 권력의 유착이 검찰을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이용호·진승현 게이트의 파장의 종착역도 결국 검찰이었다. 올해초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의 동생 승환(承煥)씨가 금융감독원에 대한 로비 청탁의 대가로 G& G그룹 회장 이용호(李容湖)씨에게서 돈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으며, 신 총장 본인도 김홍업(金弘業)씨 측의 청탁으로 울산지검에 압력을 행사, 평창종건 뇌물공여 사건 내사를 중단토록 한 사실이 밝혀져 7월 불구속기소됐다.
국민여론은 이 같은 일련의 정치적 사건 수사결과를 불신하면서 검찰에 철저히 등을 돌렸고, 이용호 게이트를 끝까지 파헤친 차정일(車正一) 특별검사팀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특검팀은 이수동(李守東) 전 아태재단 이사와 대통령 처조카 이형택(李亨澤)씨를 구속기소하는 쾌거를 이루는 등 검찰이 밝혀내지 못했던, 혹은 눈감았던 권력핵심부에 가차없이 법의 잣대를 들이댐으로써 검찰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었다.
검찰 관계자는 "국민의 정부 들어 잇달아 터진 악재는 사실 '정치 검찰'이라는 내부의 원죄가 컸다"며 "이번 사건도 피의자 인권존중이라는 기본을 지키지 않아서 발생한 것인 만큼 누구에게 화살을 돌릴 문제는 아니다"라며 고개를 떨궜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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