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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재외공관장의 "전직" 모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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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재외공관장의 "전직" 모시기

입력
2002.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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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낮(이하 현지시간) 캐나다 서부도시 밴쿠버의 명문대학 브리티시 콜럼비아주립대(UBC) 총장 관저. 이날 오전 이 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은 고려대학교가 현지에 설립한 기숙사준공식 기념오찬장을 가득 메운 양대학 관계자와 현지 교민들은 장기호(張基浩) 주캐나다대사의 기념사가 엉뚱한 방향으로 치닫자 눈살을 찌푸리기 시작했다."이 자리에 참석한 한승주(韓昇洲)고려대 총장서리는 한때 나의 보스였습니다…"로 말문을 연 장대사가 기념사의 상당부분을 한총장과의 과거인연과 한총장에 대한 찬사에 할애했기 때문이다. UBC관계자들중에는 장대사가 '프레지던트 한'을 연발하자 연신 어이없어하기도 했다.

장대사의 언급대로 한총장은 자신이 외무부 대변인시절 장관으로 모셨던 상관. 바로 그 한총장의 밴쿠버 일정에 맞추어 오타와에서 5시간여의 비행끝에 이날 새벽 현지에 도착한 장대사는 한총장이 투숙한 호텔의 같은 층에 여장을 푼 뒤 줄곧 그림자수행을 했다.

장대사는 이날 저녁 밴쿠버 총영사관저에서 열린 한총장 환영만찬에도 참석하는 등 한총장이 귀국한 1일까지 극진한 '전관예우'를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장대사의 이 같은 행보가 계속되자 현지 교민들은 "현지교민에 대한 서비스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던 외교관들이 전직장관 행차에 너무 호들갑을 떠는 것 같다"고 수군댔다. 밴쿠버 총영사관 관계자도 "기숙사 준공식은 총영사가 참석해도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장대사측은 이에대해 고려대기숙사 준공식과 한인상공인과의 모임참석차 밴쿠버에 출장온 김에 전직장관을 보다 자상히 모시다 빚어진 해프닝이라고 해명했다.

한승주총장은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한나라당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유력한 국무총리나 외교장관후보로 거론중이다.

김정호 사회부 기자/밴쿠버에서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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