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보다 포스트시즌 경기 때 더 집중력이 높아지는 것 같다."4일 한국시리즈 2차전이 열린 대구 벌의 매서운 찬바람도 LG의 선발투수 라벨로 만자니오(39·사진)의 노장투혼을 막지 못했다. 만자니오는 7회까지 삼성타선을 단 1안타로 틀어막아 팀에 귀중한 원정 2차전 승리를 안겼고 한국시리즈 최고령 승리투수(39세17일)의 영예도 함께 얻었다. 좋은 구질을 갖추고 있지만 제구력 불안으로 시즌 중 이따금 김성근 감독의 애를 태운 만자니오였지만 이날은 공격적인 투구로 상대타선을 압도했다. 다양한 구위를 자랑하는 베테랑 투수답게 아래로 떨어지는 체인지업과 낙차 큰 아웃코스 커브는 일품이었다. 하지만 최고 146㎞의 직구를 과감히 뿌린 게 이날 호투의 원동력이었다.
만자니오는 유일하게 선두주자를 출루시킨 3회 볼넷 3개와 외야플라이로 선취점을 내준 것을 빼고는 제구력도 수준급이었다. 평소 오른쪽 어깨가 일찍 열려 불안을 드러냈지만 이날은 마운드에서 벤치와 자주 의견을 교환하며 약점을 최대한 감췄다. "긴 소매를 입으면 투구가 불편하기 때문"이라지만 반소매 차림으로 경기를 치른 것도 인상적이었다. 목도리를 두르고 타석에 선 타자가 있을 정도로 추위가 살갗을 마비시켰지만 언더셔츠도 입지 않고 강속구를 뿌려대는 기세에 삼성타자들이 완전히 눌렸다는 평이다.
만자니오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으로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등을 거쳐 멕시칸리그에서 주로 활동하다 올 시즌 LG유니폼을 입었다. 이번 한국시리즈 출전선수 중 최고령이기도 하다.
/대구=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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