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법무행정과 수사의 최고 책임자가 전격적으로 동반 사표를 제출, 살인 용의자 사망사건의 파문 수습을 위한 극약처방을 내놓았다. "더 이상의 추락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에 따른 고육지책으로 보인다.그러나 신승남(愼承男) 전 총장이 이용호(李容湖)게이트에 연루돼 기소된 뒤 검찰 쇄신과 대국민 신뢰회복 카드로 꺼낸 이명재(李明載) 검찰총장 마저 낙마함으로써 검찰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위기상황에 빠져들었다.
■동반 사퇴배경
김정길(金正吉) 장관과 이 총장의 동반사퇴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살인 피의자 조모(30)씨에 대해 '조사 도중 맞아 죽었다'는 충격적인 부검 결과를 발표했을 때부터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조씨의 사망원인이 점차 검찰 수사관들의 가혹행위로 드러나면서 2일 김진환(金振煥) 서울지검장은 자신의 선에서 사태가 마무리되기를 바라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국과수의 부검결과 발표 이후 정치권의 공세가 거세졌고, 여론도 검찰에 완전히 등을 돌리면서 다른 선택의 여지는 사라졌다.
검찰이 이번 사건으로 입은 타격은 한마디로 말하기 어렵다. 이 총장이 4일 대국민사과문을 통해 "인권보호를 핵심 책무로 삼고 있는 검찰 조사실에서 불행한 사건이 발생한 것은 통탄스럽다"고 격한 감정을 표출한 데도 이 같은 인식이 깔려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검사가 가혹행위 문제로 사법처리될 상황에 처하면서 맺고 끊는 것이 분명한 이 총장의 성품상 다른 방안을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총장의 사표를 받아 든 김 장관 역시 마찬가지 심정이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또 다른 검찰 고위간부는 "정권 교체기라는 극도로 민감한 시기에 정치권 어느 쪽에도 껄끄러운 상대인 검찰이 자충수를 두었으니 더 이상 무슨 방도가 있겠느냐"고 검찰이 처한 상황을 표현했다.
■위기의 검찰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장관과 총장의 동반사퇴라는 극약 처방으로도 파문의 수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당장 대선을 코앞에 두고 후임 장관·총장 인선이 정치적 화약고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 때문이다. 달랑 2개월 남은 임기의 장관 ·총장을 인선하기도 어렵지만 선거수사 책임자인 두 자리의 인선에 각 정당이나 정파가 사활을 걸고 개입할 가능성이 높아 또 한차례의 홍역이 예고돼 있다.
설사 신임 장관· 총장이 어렵지 않게 임명되더라도 만신창이가 된 검찰 조직을 추스리기에는 시간적으로 너무 짧고 조직 장악력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여러 상황으로 보아 가장 중요한 시기인 앞으로 대선까지의 2개월간 검찰은 전례없는 무기력증에 빠질 공산이 커지고 있다.
/이태희기자 taehee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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