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섬 중에 요즘 가장 각광받는 곳이 있다면 외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 지난주 말 그곳을 구경하기 전에는 외도가 어떤 섬인지 전혀 몰랐다. 왜냐하면 텔레비전 연속극 '겨울연가'를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요즘 외도 구경꾼 덕택에 관광객이 별로 오지 않던 한려수도 국립공원이 뜨고 있다. 연간 100만명이 외도를 보기 위해 배를 탄다. 따라서 국립공원 입장료가 자동으로 걷혀 연간 10억원이 국고로 들어간다. 아름다운 항구라고 자랑하는 통영시가 외도로 몰리는 관광객 때문에 상심할 지경이 됐다.■ 외도는 거제도 끄트머리에서 4㎞ 떨어진 외로운 바위섬이다. 넓이가 4만7,000평쯤 되지만 경사가 심해 섬은 더욱 좁아 보인다. 바닷물에 씻긴 하얀 바위 위에 동백나무 숲이 무성하다. 남해안에 수많은 섬 중의 하나이지만 한려수도 국립공원 안에 있는 것이 다른 점이다. 이 섬이 유명한 것은 한 개인이 섬의 자연생태계를 골간으로 아름다운 수목원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의지와 노력이 대단한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느꼈다.
■ 이창호씨가 이 섬을 찾은 것은 1969년이라고 한다. 외도에 낚시를 갔다가 풍랑 때문에 현지주민 집에서 하룻밤 묵었다. 동백나무를 땔감으로 쓰는 것을 보고 이를 애석하다고 말했다가 "서울 놈은 아무것도 모른다"며 거제도로 나가고 싶다는 주민의 하소연을 듣고 그의 땅을 사기로 했다. 남아 있는 너댓 가구 주민도 땅을 같이 사라고 요구하여 외도를 모두 사게 되었다. 이씨는 처음에 귤나무를 심었으나 한파를 맞아 나무가 다 죽었고, 돼지를 길렀으나 사료값도 나오지 않았다.
■ 그런데 사람들이 배를 타고 지나다 경치가 좋고 샘물이 괜찮다며 상륙했다. 이씨는 귀찮게 생각하고 상륙하지 못하게 울타리를 쳤지만, 계속 상륙하는 사람을 보고 식물공원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씨는 자금을 구하고 부인 최호숙씨는 나무를 찾았다. 20년 동안을 '지중해식 정원'을 만들겠다는 꿈을 갖고 나무를 심었다. 관광객에게는 '파라다이스'이지만 이씨 부부에게는 더디고 더딘 나무와의 씨름이었다. 외도는 장 지오노의 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이 생각나는 섬이다.
/김수종 논설위원 s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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