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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열차 식당칸, 여행의 또다른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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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열차 식당칸, 여행의 또다른 즐거움

입력
2002.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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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여행을 할 때나 부산 장인어른 댁에 갈 때 새마을호 열차를 탄다. 그 중 3호차와 11호차에 어김없이 연결되어 있는 식당칸은 단조로운 차내에서 오아시스와 같은 역할을 하는 여유공간이다.함박스테이크, 카레라이스, 모듬후라이 등 일본에서 즐겨 먹던 음식도 많고, 꼬리곰탕이나 갈비찜 같은 한식도 있다. 번갈아 먹으면 질리지도 않고, 무엇보다 넓은 테이블이 있는 공간을 독차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내가 단골처럼 타는 오후3시 부산발 열차의 식당메뉴가 어느새 간편화해 도시락 종류만 팔고 있었다. 김밥, 일반도시락, 모듬도시락, 갈비찜도시락이 메뉴의 전부다. 좋아했던 함박스테이크나 곰탕은 흔적도 없다. 김치가 전자레인지로 데워져 나오거나, 다른 반찬은 차갑게 식은 채 나올 때도 있다. 승객들이 얼마나 민감한지 저녁 식사시간에도 빈자리가 많아졌다.

열차 식당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모든 열차가 그런 것은 아니고 일부 열차의 식당영업을 '합리화'한 듯하다. 일본의 경우는 더 심각해 고속철도 신칸센(新幹線)의 경우 올해부터 식당영업이 아예 폐지됐다.

민영화 이후 소요시간 단축과 인건비 급등이 표면적 이유지만, 여유공간을 없애고 조금이라도 자리를 늘려 수익을 올리자는 일본철도회사의 상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야간열차를 중심으로 차내 식품판매까지 없앤 '단식(斷食)열차'마저 나오고 있다. 한국철도의 식당칸도 수익성을 일일이 따지게 될 민영화 이후 살아 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고속철도(KTX)에는 아예 식당칸이 없다.

향수라고 치부해 버린다면 그만이겠지만 어렸을 때에는 열차 안에서 식사를 한다는 것이 '신기한 일'이었고, 크고 나서도 여행의 정취를 느끼게 해 주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고인건비 시대에 노동집약적인 식당칸을 운영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수익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차여행의 즐거움을 연출할 수 있는 새로운 음식서비스가 있었으면 한다. 현재 운영하는 '햄버거열차'도 그러한 시도 중 하나일 것이다. 행선지의 특산품을 살려 도시락을 차별화하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전주 비빔밥도시락, 부산 멸치도시락, 동해 오징어도시락은 어떨까.

도도로키 히로시 일본인 서울대 지리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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