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실시된 터키 조기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해 단독 내각을 구성하게 된 이슬람계 정의발전당(AKP)의 레셉 타입 에르도간(48·사진) 당수는 터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최악의 경제난을 초래한 현 집권 연정 및 사회지도층의 무능과 부패에 염증을 느낀 터키 국민들은 그의 청렴함과 서민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수도 이스탄불의 빈민가에서 성장한 에르도간 당수는 마르마라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할 때 우연히 전설적인 이슬람 지도자인 네스메틴 에르마칸 전 총리를 만나 정계에 입문했다. 1994년 이스탄불 시장으로 당선된 뒤에는 공직자 비리 척결 등 급진적인 개혁정책을 추진했다. 특히 80년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에 의해 소외된 이슬람계를 적극 옹호, 강성 이슬람 지도자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하지만 98년 한 집회에서 이슬람 교도를 선동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4개월을 복역하고, 군부의 정교분리 원칙에 따라 소속당인 복지당(WP) 등 대부분의 이슬람계 정당이 와해되면서 친 서방 온건주의자로 변신했다. 그가 과격 이슬람계를 배제하고 지난해 창당한 정의발전당은 총선 중 이슬람 색채를 씻어내기 위해 유럽연합(EU) 가입 지지, 외국인 투자 유치, 각종 복지정책, 남녀차별 철폐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서민들의 기대와는 반대로 군부를 비롯한 기득권층은 에르도간 당수를 '교활한 이슬람 근본주의자'라고 평가한다. 일단 권력을 잡은 뒤 과격 이슬람주의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주류 판매와 피임에 반대하고 있으며, 부인과 두 딸에게 차도르를 입히고 대학 진학 등 사회 생활을 금지하고 있다.
반대파들이 안심하는 부분은 98년 복역한 전력 때문에 총선 출마가 금지된 에르도간 당수가 총리직에 오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터키는 대통령이 다수당의 당수를 총리로 지명하게 돼 있지만 현역 의원만 총리직을 맡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정의발전당측은 "98년 사건은 헌법상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므로 에르도간의 복역은 물론 총선 출마 금지도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총리 임명을 둘러싼 터키의 정치 불안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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