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하순, 통계 올림픽이라 불리는 세계통계대회(ISI)가 서울에서 개최됐다. 윤영대 당시 통계청장은 이렇게 강조했다. "통계는 경국지대본(經國之大本)이다. 국가를 경영하는 데 있어 없어서는 안될 기본 중의 기본이다. 나라 경영뿐 아니라 기업·가정 경영에도 필수적인 것이다. 국가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려면 통계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낭패하기 십상이다."■ 그런데 얼마 전 감사원이 통계청 등 12개 국가 통계 작성기관을 감사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실업 수출 교육 등 국가의 기본 통계가 부정확한 추정치를 근거로 산출되고 있어, 정책 수립에 오류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매월 작성하는 실업통계의 경우 5년 주기로 실시하는 인구 센서스 결과를 근거로 해 수치가 과다, 또는 과소하게 예측되고 있다. 정부 통계가 이 정도이니 민간 통계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각 항목을 다 합치면 100%가 넘는 경우가 적지 않다.
■ 이같은 일이 왜 일어나고 있을까. 한마디로 작성 통계는 늘었으나 담당 인력은 오히려 줄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정부 승인 작성 통계는 총 424종, 작성 인력은 5,038명으로 10년 전에 비해 통계 수는 80개가 늘었으나 인력은 275명이 감소했다. 더욱이 전체 인력 가운데 약 42%는 다른 업무를 겸하고 있고, 통계업무가 '기피 직'이 된지는 오래 됐다. 통계청장의 재임 기간이 3개월∼1년인 상황에서 수준 높은 통계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 지난달 말에 열린 통계학회 주최 심포지엄에서 고려대 이재창 교수는 "관리자들의 인식이 낮아 통계를 단순 수치집계 정도로 생각하고, 직원들도 통계업무를 기피하는 것이 통계문제의 원인이다"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현행 통계법은 선언적 의미에 불과하다며 국립통계연구소 설립 등 국가 통계 시스템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 구조조정이라고 해서 무조건 인원을 줄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작은 정부는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어떻게 해야 정확하고 신속한 통계를 만들 수 있는지 궁리해야 할 때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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