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은 경제적 환경적 효과 외에 다른 가치와 의미를 갖고 있다. 또 우리는 국가적 시련을 당할 때마다 산에서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일본 강점기와 한국전쟁 이후, 국민들이 부족한 식량과 연료난으로 허덕이고 있을 때 우선 산림 녹화를 통해 홍수와 갈수, 산사태를 완화시켜 농업 생산의 기틀을 다졌으며 수많은 연료림을 조성해 국민들에게 땔감을 공급해 왔다.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99년 2월에는 실업자 수가 최고 178만명(실업률 8.6%)까지 늘어났다. 당시에도 우리는 산림에서 위기 극복의 실마리를 찾았다. '숲가꾸기 공공근로사업'을 통해 실직자에게 자활의 기회를 준 것이다. 정부는 당시 5,800억원의 예산으로 연인원 1,600만명을 고용, 43만㏊의 숲을 가치있는 자원으로 가꾸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자란 나무의 경제적 가치는 1조원에 달해 산림에서 생산된 경제적 총가치 3조원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산림에 투자된 8,563억원을 초과했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 가치만을 계산한 것으로, 산사태 방지, 맑은 물 공급, 대기 정화 등 산림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평가액 50조원을 더하면 국내총생산(GDP)액의 10%에 달한다.
그러나 우리의 산림은 70%가 30년생 미만의 어린 나무로서 목재 자급률은 6%에도 미치지 못해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본격적으로 목재를 생산하려면 아직 20∼30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
산림청은 경기가 호전되면서 올해까지 숲가꾸기 공공근로사업을 종료하고 내년부터 '제4차 산림기본계획'과 '21세기 산림비전' 등 중·장기 계획을 추진한다. 내년에는 1,079억원의 국고(총예산 2,162억원)를 투입하여 약 16만5,000㏊의 숲을 가꿀 계획이다. 올해보다 약 1만 9,000㏊가 더 늘어난다.
또 이들 계획은 그간 실업자에 의해 실행되던 숲가꾸기 공공근로사업과는 달리 전문 임업기능인에 의해 실행되기 때문에 보다 기술적·효율적으로 숲을 가꿀 수 있게 되었다. 아울러 숲가꾸기 공공근로사업에 참여했던 실업자 가운데 그 기술이 축적되고 계속 일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전문 임업기능인으로 양성, 육림사업에 참여토록 하여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제 숲은 서서히 생장을 멈추고 휴식기에 들어간다. 이 때가 숲을 가꾸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그래서 11월 한 달을 '숲가꾸기 기간'으로 정하고 전국적으로 육림작업을 집중 실시할 것이다. 산림청에서는 '숲가꾸기 기간'을 맞아 참여하고자 하는 단체나 기관에게 대상지를 마련해 주고, 기계와 장비, 기술지도 인력을 지원해 주어 국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후손에게 잠시 빌려 쓴 산림자원을 되돌려 주기 위해서, 또한 후손이 좀 더 쾌적한 환경에서 질 높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많은 국민이 숲을 사랑하고 가꾸는데 참여하는 11월이 되기를 바란다.
김 범 일 산림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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