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병 치료연구가 하루가 다르게 급진전하고 있다. 생명윤리법 제정문제가 여전히 논란을 빚는 사이에 국내 연구자들은 눈에 띄는 연구결과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전능의 세포로 불리는 배아줄기세포 이용기술은 과연 어디까지 왔고, 어떤 과제가 남아있을까.
■분화조절의 새로운 가능성-유전자 조작
배아줄기세포는 모든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생물학자들은 이를 현실화할 능력이 아직 없다. 연구자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배양조건이나 성장인자 등을 조절해 배아줄기세포 분화를 시도했지만 신경세포와 심근세포 생산에 성공했을 뿐이다.
새로운 돌파구는 유전자를 이용한 분화연구다. 6월 미국 신경질환·뇌중풍연구소(NINDS) 김종훈 박사와 로널드 매케이 박사, 한양대 이상훈 교수 등은 처음으로 분화 유전자를 이용한 배아줄기세포 분화 연구를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쥐의 배아줄기세포에 '너르 1'이라는 유전자를 삽입, 도파민성 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세포를 파킨슨병 쥐에 이식하자 뇌의 도파민 부족으로 생기는 파킨슨병이 호전됐다.
이상훈 교수는 "그러나 분화를 유도하는 유전자가 무엇인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너르 1처럼 도파민성 세포를 만드는 유전자로 밝혀진 것이 드물고 후보군만 많다. 지난 달 30일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 박세필 박사팀이 "도파민성 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 쥐의 파킨슨병을 치료했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분화 유전자가 아닌 도파민을 만드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를 삽입해 얻은 결과다. 어떤 유전자가 치료용 세포를 만드는 데 유효한지는 아직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양대 생명과학과 김철근 교수는 "유전자 조작이 장기적으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만큼 장기 연구로 안전성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면역거부반응 해결해야
지난해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는 인간의 뇌세포를 생쥐의 뇌에 이식했을 때 별다른 거부반응 없이 정상적으로 생존한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됐다. 그러나 이는 뇌의 특이한 성질로 볼 수 있다.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 이영재 박사는 "인간의 뇌와 눈, 고환은 면역무반응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면역거부반응이 약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당뇨병이나 간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간세포, 췌장세포를 이식한다면 면역거부반응이 심각한 위험이 된다.
면역거부반응을 해결하는 방법은 바로 복제 연구다. 돌리를 복제한 방법과 같이 환자 자신의 체세포를 복제한 뒤 이 복제수정란에서 배아줄기세포를 추출한다면 환자에게 재이식해도 자신의 세포이기 때문에 면역거부반응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체세포 복제에 성공한 서울대 수의대 황우석 교수팀은 현재 해파리의 유전자를 삽입한 돼지를 복제, 탄생을 앞두고 있다.
복제양 돌리를 만든 로슬린연구소와 PPL사가 첨예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제거한 돼지를 체세포 복제로 대량생산, 인간에게 이식용 장기를 제공하는 것으로 거의 근접해 있다. 이러한 유전자조작과 체세포 복제가 동시에 성공적으로 검증된다면 면역거부반응 없는 치료용 세포를 생산하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 배아줄기세포란
배아줄기세포란 수정란이 분열해 배반포(胚盤胞)단계에 이르렀을 때 형성되는 세포덩어리 부분으로, 1998년 인간의 배아줄기세포가 처음 분리 추출됐다. 배아줄기세포가 주목받는 것은 영원히 죽지않고 분열하며, 근육, 신경, 피부, 심장근육 등 모든 세포로 분화하는 전능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즉 배아줄기세포를 적절히 사용하면 뇌세포가 파괴돼 생기는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에는 건강한 뇌세포를,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세포의 이상으로 생기는 당뇨병엔 건강한 췌장세포를 이식할 수 있다. 이렇듯 뚜렷한 치료법이 없는 난치병, 또 이식용 장기 부족에 시달리는 간이나 신장 질환에도 치료용 세포가 유효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아직 배아줄기세포의 분화를 제어하는 기술이 규명되지 않았고, 배아를 만들 때 수정란을 파괴해야 한다는 윤리적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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