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모(23·여)씨는 얼마 전부터 '동굴공주'라는 별명을 얻었다. 2년 전 받은 쌍꺼풀 수술이 잘못돼 회사를 그만두고 종일 거울만 보고 지낸다고 붙은 별명이다. 약속은 가급적 밤에 하고 낮에 외출할 때면 부자연스러운 눈을 가리느라 1∼2시간 이상 화장을 한다. 이것도 모자라 모자와 선글래스로 변장까지 한다. 그런데도 누군가가 쳐다보기만 해도 '성형수술한 것을 아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에 흠칫 놀라 고개를 숙여버린다.더욱 심각한 것은 남을 의심하는 버릇까지 생긴 것. 재수술을 하기 위해 뒤적이는 인터넷과 잡지에 실린 성형외과 광고문구도 모두 속임수로 보인다. "괜찮다. 더 예뻐졌다"는 등 주위 사람들의 말은 모두 감언이설로 들릴 뿐이다.
이런 증상이 좀더 심해지면 고칠 데가 없는데도 계속 수술을 고집하는 '성형중독증'에 빠지게 된다. 실제 지난해 한 여대생이 5차례 성형수술을 받고도 맘에 들지 않자 자살을 기도했고, 3년 동안 23번 성형수술한 여성이 소개되기도 했다.
실제로 필자가 한 인터넷 사이트와 함께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성형수술자 4명 가운데 3명은 크고 작은 성형중독증 증세를 나타냈다. 이들은 자신을 성형중독에 빠뜨린 주범이 사회 전반에 만연한 외모지상주의, 즉 '루키즘(lookism)'이라고 지적한다. 또 그들은 반문한다. 루키즘이 판치는 세상에서 외모 콤플렉스를 가지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고달픈 일인지 아느냐고.
그런데 과연 성형수술로 외모 콤플렉스를 없앨 수 있을까? 콤플렉스란 억눌린 열등감 때문에 생긴 마음의 응어리인 동시에 자기개발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세계사는 곧 콤플렉스의 역사"라고 말한 사람까지 있다. 결국 콤플렉스는 무작정 없애기보다 극복해야 할 대상이라는 얘기다. 외모 콤플렉스 역시 '극복해야 할 대상'인지 아니면 '기필코 없애야 할 대상'인지 신중히 판단해야 할 문제다. 작은 눈, 낮은 코, 각진 턱이 자칫 오만과 나태에 빠질 수 있는 나에게 '신이 주신 선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는지.
/정찬호 정신과전문의·마음누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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