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4차례 일본어교실이 열리는 서울 강동구 성내3동사무소 2층 회의실. 이귀영(李貴榮·80·서울 강동구 성내3동)씨는 이 교실이 자랑하는 인기만점의 일본어 강사이다. 중급반(매주 월·수요일)과 고급반(매주 월·목요일)을 맡고 있는 그는 매 시간 힘과 정열이 넘치는 강의로 수강생들을 사로잡고 있다.이곳뿐만 아니다. 그는 성내2동사무소(매주 화·토요일)와 지하철 5호선 강동역(매주 수요일)에서 일본어 강의를 맡는 등 일주일 내내 지칠 줄 모르는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그의 강의는 실력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직접 만든 부교재를 바탕으로 펼치는 재미있고 신나는 강의는 '할아버지 선생님'에 대한 선입견을 무색하게 만든다. 강동역의 한 역무원은 "일반 학원 강의보다 내용이 훨씬 알차다"며 "그새 소문이 나 신입 수강생이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성내3동사무소 일본어교실 수강생 중 청일점인 배동식(68)씨는 "교장을 했던 내 경험에 비춰볼 때 이 선생님의 강의엔 공교육에서도 보기 힘든 열정이 있다"고 말했다. 그의 수강생들은 하나같이 "(선생님이) 밝고 쾌활해 노인 같지 않다", "미안할 정도로 열심히 가르쳐 준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12월 성내3동 주부수강생 8명이 일본어능력시험 2,3급에서 100% 합격한 것은 이 같은 그의 성품과 강의실력 덕분이다.
1922년 황해도 황주에 출생한 그는 일제 때 송도중과 평양음악대학, 경성음악대학을 나온 엘리트이다. 해방 후에는 태양신문(한국일보 전신)과 조선일보, 동양통신 등에서 기자생활도 했다. 이후 그는 강원도와 춘천시에서 공보실장 등을 역임했고, 73년부터 10년간 여행사에서 일한 것을 끝으로 현직에서 은퇴했다.
그가 황혼의 천직으로 생각하고 있는 무료 일본어 강사 일은 우연히 시작됐다. 그는 "4년 전 옛 동료의 부탁으로 서울 강동구청에서 한국에 파견된 일본인 공무원의 한국어 교육을 6개월간 하게 됐는데 이때부터 가르치는 기쁨에 흠뻑 빠지게 됐다"며 "세상이 아직도 나를 필요로 한다는 자신감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고 말했다.
부인과 3남 1녀를 두고 있는 그는 철저한 자기 관리와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자동차로 30분 거리는 언제나 자전거로 다닌다. 강의가 없는 날이면 40여년째 즐겨온 테니스를 치며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 타고난 쾌활함도 그가 유지하고 있는 젊음의 비결 중에 하나이다. "언제나 만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스트레스가 들어설 자리는 없다"는 그는 "늙었다고 스스로를 가두는 대신 마음을 열고 젊은이들과 세상을 함께 호흡하려고 노력했던 것이 지금 내 삶에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봉사하며 바쁘게 살다 보면 저절로 오래 살게 됩니다." 그의 건강장수 철학이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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