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주택과 토지 등 부동산시장이 과열되는 지역을 '투기지역'으로 지정하고 이 지역의 매매에 대해 실거래가로 양도세를 부과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정부가 발표한 투기지역 지정기준에 따라 지금 당장 투기지역을 지정한다고 할 경우 서울과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이에 포함된다. 투기지역에 포함되면 양도세가 실거래가로 부과되기 때문에 현재 기준시가로 내는 것에 비해 세부담이 2∼3배는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투기지역이 광범위하게 지정될 경우 부동산시장은 '암흑기'로 빠져드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섞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투기지역 어떤 곳이 지정되나
투기지역은 시·군·구 단위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 토지와 주택의 거래와 관련, 정부가 현재 파악하고 있는 가격동향이 모두 시·군·구 단위이기도 하고 읍·면·동까지 세분화할 경우 행정력이 뒤따라가지 못한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주택은 현재 국민은행이 매월 초 발표하는 '도시주택가격 동향조사'를 근거로 전국상승률을 30%이상 웃도는 지역을 투기지역으로 지정하게 된다. 가장 최근 통계인 9월치를 놓고 보면 서울과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투기지역에 포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지는 건설교통부가 매분기 발표하는 '지가 변동률' 자료에 따라 지역을 지정한다. 최근 통계인 3분기 변동률을 적용한다고 가정할 경우 전국 땅값 상승률이 3.3%이므로 이보다 30%높은 4.3%이상인 지역이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는 것이다. 서울은 강남, 송파, 강동, 서초 등 강남지역과 종로, 성동, 용산, 광진 등 16개구가 이에 해당하고 경기도는 31개 시·군 가운데 25개나 포함된다.
■투기지역 거래공백 우려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 이 지역에서 부동산을 매매할 때 현재보다 양도세 부담이 2∼3배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기준시가에서 실거래가로 거래가격 산정기준이 강화되는 데다 현재 최고세율이 36%인 양도세율 체계에 15%포인트 중과세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부동산 시장의 거래위축은 불을 보듯 뻔한 일. 부동산 뱅크 김용진 편집장은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이후에는 매물이 자취를 감출 것"이라며 "양도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투기지역 지정 이전에 매물을 내놓는 투자자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실수요 투자자의 경우 투기지역 지정 직전에 급매물로 나온 부동산을 장기 투자 차원에서 확보해 두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 방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투기지역 지정은 부동산 시장의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 될 공산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즉 정부 방침을 액면 그대로 적용할 경우 부동산경기뿐 아니라 건설경기도 함께 위축될 수 있기 때문에 투기지역 지정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대표는 "정부가 최근 국회에 밀려 고가주택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 방침에서 다소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같은 차원"이라며 "주택보다는 토지시장에 투기지역 지정제도를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