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6년 11월4일 제생원(濟生院) 맹아부(지금의 서울맹학교) 교사 박두성(朴斗星: 1888∼1963)이 현행 한글 점자를 완성했다. 한국인 시각장애인들에게도 책을 읽을 길이 마련된 것이다. 점자는 지면에 돋을새김으로 점을 찍어 손가락 끝의 촉각으로 읽을 수 있게 한 부호 글자를 가리킨다. 점선으로 일반 문자 모양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 문자 체계를 지녔다. 가장 일반적인 것은 크고 작은 6개의 점을 갖가지로 모아 맞추어 문자와 부호를 나타내는 방식인데, 1829년 프랑스의 맹인 루이 브라유가 고안한 것이어서 흔히 브라유로 불린다. 표음문자를 쓰는 언어들은 이 브라유를 각 문자에 맞게 다듬어 점자로 채택하고 있다. 박두성의 한글 점자도 이 브라유 점자법에 바탕을 두었다.점자에는 브라유식 6점 점자 외에 4점으로 이뤄진 뉴욕 포인트가 있다. 1870년 뉴욕 맹인학교 교장 윌리엄 벨 웨이트가 고안한 이 뉴욕 포인트는 한때 미국에서 널리 사용되었지만, 이제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그래서 점자라고 하면 보통 브라유식 6점 점자를 가리킨다. 한국에 처음 점자가 소개된 것은 1880년대인데, 브라유식 점자가 아니라 뉴욕 포인트였다. 점자를 도입한 미국 출신의 캐나다 의료선교사 로제타 홀(1865∼1951)이 뉴욕 포인트밖에 몰랐기 때문이다. 1894년에는 이 뉴욕 포인트로 신·구약성서가 출간됐지만, 박두성의 브라유식 한글 점자로 성서가 출판된 뒤 뉴욕 포인트는 폐지됐다.
박두성은 강화도 출신이다. '두성'은 아호이고 본명은 두현(斗鉉)이다. 한성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보통학교 교사로 일하다가 제생원 맹아부로 자리를 옮겨 맹인 교육에 나섰다. 그는 한글 점자를 완성했을 뿐만 아니라 신약성서를 포함해 76종의 책을 점역해, 한국 맹인의 아버지로 불린다.
고 종 석/편집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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