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오염과 남획으로 점점 사라져가는 지구상의 동식물을 보호하기 위한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제12차 회의가 3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개막됐다. 전세계 160개국 2,000여 명의 대표들이 참석, 15일까지 계속될 이번 회의에는 아시아 육지거북, 해마, 아프리카 코끼리, 밍크 고래, 라틴아메리카 앵무새, 마호가니 등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보호 방안 등 59개 안건이 논의될 예정이다.
▶무엇이 논의되나
최대 쟁점은 아프리카의 상아 수출 허용 및 수출량 확대 문제다.
전통적으로 상아 판매를 금지했던 CITES는 1997년 회의에서 전면 금지조치를 완화, 보츠와나, 나미비아,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3개국에 한해 상아 60톤을 일본에 시험적으로 수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올 회의에서는 잠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가세, 추가적인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인도, 케냐를 비롯한 대다수 서방국과 환경 단체는 상아 거래가 코끼리 밀렵과 대량학살을 부추긴다며 교역 전면 금지를 주장하고 있지만 찬성측인 아프리카 국가들은 상아 무역으로 인한 수익이 오히려 코끼리 보호를 위한 재원으로 쓰일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 밖에 일본이 주장하는 밍크, 열대고래 제한교역 허용 요구 한약재, 관상용 등으로 인기를 끌어 지난 10년 간 서식량의 75%가 사라진 해마에 대한 미국의 교역제한 요구 과테말라가 요구하는 큰잎 마호가니에 대한 감시 강화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멸종없는 교역은 가능한가
CITES는 멸종 동식물의 무조건적인 포획 금지보다 보존 가능한 거래를 한층 강조하고 있다. 한해 수 조 달러에 이르는 국제 야생동물 교역 규모의 대부분이 사실상 빈국의 주수입원이라는 현실을 감안한 선택이다.
윌렘 위즌스테커스 CITES 사무총장은 "산티아고 회의는 교역이 동식물에 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한 기회"라고 의미를 부여했고 클라우스 퇴퍼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도 "야생동물 보호는 환경보전과 빈곤퇴치라는 목표를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해 중요하다"며 지속가능한 개발을 강조했다.
하지만 국제동물복지기금(IFAW) 등 환경 단체들은 "각종 동식물 종이 상업적으로 이용된다면 결과는 멸종뿐"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환경 보호론자 사이에서도 이처럼 팽팽히 맞서는 개발과 금지 간 갈등이 올 CITES 회의 전체를 지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 정부 입장
우리 정부에서는 신장범 주 칠레 대사를 수석대표로 외교통상부, 환경부, 식약청 등 관계부서 10여 명의 대표단이 참가, 각종 규제 방안에 대한 정부 입장을 피력할 예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한국은 상아와 고래 같은 중점 논의 대상 동식물과는 거리가 있어 첨예한 논쟁에서는 한발 물러서 있지만 규제 대상을 멸종 위기 동식물에서 전 종으로 확대한다는 CITES의 방침에는 반대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 CITES란?
Convention on International Trade in Endangered Species of Wild Fauna and Flora의 약자. 멸종 위기에 놓인 동식물 보호를 위해 야생동식물 수출입 국가들이 상호 협조해 불법거래나 과도한 국제 무역을 규제할 목적으로 채택한 국제 협약이다. 1973년 미국 워싱턴에서 채택됐으며 한국은 93년에 가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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