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또 벼랑끝으로 몰리고 있다. 검찰청사내에서 조사 중 사망한 조모씨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결과가 사실상 '고문사'를 의미하는 최악의 결과가 나오면서 관심은 검찰 지휘부의 문책범위에 쏠리고 있는 상황.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한 검찰은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한 채 내부적으로 요동치고 있고, 대선을 코앞에 둔 정치권에선 정략적 차원에서 검찰에 무차별적인 공격을 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병풍 사건 수사결과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는 여권의 기류와 맞물려 "예상을 넘는 강도높은 문책이 있을 것" 이라는 '보복성 문책설'까지 나돈다.■지휘 책임 어디까지
수사 책임자인 김진환(金振煥)서울지검장은 2일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밝혀 사표 제출까지도 고려할 수 있다는 극약처방을 내놓았다. 이면에는 자신의 선에서 책임을 마무리 짓겠다는 '꼬리 자르기' 의미를 품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서울지검장이 문제가 아니라 검찰총장에 까지 화살이 날아갈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찮고, 법무장관 경질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검찰의 한 간부는 "신승남(愼承男) 전 총장을 기소하고 이명재(李明載) 총장이 청와대에 사표를 냈을 때는 국민여론상 사표를 수리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만약 총장이 지금 물러난다면 지금까지의 검찰 개혁 노력은 수포로 돌아갈 것"이라며 위기감을 전했다. 한 고위 관계자는 "군부대에서 사망사고가 났다면 사단장이 책임지지 참모총장이 책임지는가"라며 검찰총장 인책론에 발끈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검찰총장의 임기가 아직 남아있고 대선이 끝나면 검찰총장이 바뀔 가능성이 높고 정권 말기 총장 인선의 어려움 등을 들어 법무장관에게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도 있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인책범위는 어디까지
검찰 주변에선 인책범위는 감찰부가 수사중인 강력부 홍모검사의 사법처리 여부에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고문행위에 대한 홍검사의 묵인· 방조 혐의가 인정돼 '현직검사가 수사 중 가혹행위로 기소되는' 사태로 발전된다면 서울지검장의 문책은 사표쪽으로 귀결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물론 이 경우 검찰총장도 상당한 부담감을 안게 된다. 검찰 수사의 흐름은 홍 검사의 혐의가 인정되는 쪽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 보여 검찰이 사면초가에 빠진 듯한 인상이다.
다만 법조계에선 "검찰총장에게까지 책임을 묻는 것은 정치적 문책의 의미가 강하고 특히 선량한 시민이 아닌 조폭들의 살인 및 은폐사건을 수사하던 중 발생한 점 등을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시각도 많다.
/이태희기자 taehee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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