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용의자 조모(30)씨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결과는 "조씨가 신체 여러 부위를 마구 얻어맞는 바람에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는 서울지검 강력부가 조씨 사망초기 "구타는 없었으며 조씨가 조사과정에서 머리로 벽을 들이받는 등 자해를 했다"는 해명과는 정반대의 결론이다.■부검결과로 본 조씨 구타상황
국과수 이한영(李韓榮) 법의학과장은 "머리와 이마, 팔꿈치, 대퇴부, 무릎, 장딴지 등에 상처가 있었으며 이 중 대부분은 구타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주요 사인으로 지목된 대퇴부 부분은 반복된 구타에 의해 큰 멍이 들어 있었다. 특히 왼쪽 다리의 경우 대퇴부 앞뒤를 포함, 무릎과 장딴지에 이르기까지 '다리 전체'에 멍과 상처가 있었다.
이 과장은 "부검결과 외부타격이 계속해서 이뤄졌고 이를 통해 피가 다리쪽으로 급격하게 쏠리면서 몸 전체의 피가 부족해 쇼크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과장은 "상식적으로 다리를 자해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자해가능성을 부인했다.
조씨의 머리 부분도 이마가 얇게 까져 있고 피하지주막이 터져 있는 등 성치 않았다. 국과수는 이에대해 "손바닥으로 머리를 툭툭 치듯이 약한 힘이 반복적으로 가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과수는 조씨 공범 박모(28)씨에 의해 제기된 물고문 여부에 대해서는 "조씨의 경우에는 물고문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분명히 했다.
■부검결과로 증폭되는 의문점들
조씨의 사인이 구타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커지면서 당시 조씨 조사상황과 조씨 사망 후 서울지검의 석연치 않은 대응에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대검 감찰부도 지난달 29, 30일 구속된 3명의 수사관에 의한 정확한 조씨 구타 상황 조씨 등에 대한 추가 구타 및 다른 수사관들의 구타가담 여부 26일 낮 12시 조씨 사망직전 조씨 조사실에 있었던 주임검사 홍모 검사의 구타 묵인여부 서울지검의 초기 해명이 사건축소를 노린 것이었는지 등 의문점들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 중에서 가장 관심의 초점은 홍검사의 구타현장 목격 및 묵인여부. 홍 검사는 사건초기 "26일 낮 12시 조씨가 있던 조사실을 방문, 조씨를 깨웠더니 비틀비틀하며 쓰러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씨의 공범으로 지목된 또다른 박모(22)씨는 "당시 조씨가 분명히 말을 했으며 '우당탕' '퍽퍽'하는 소리도 들었다"고 밝혀 홍 검사의 목격 가능성을 진술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면 된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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