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대로 민주당의 탈당 러시가 시작됐다. 김명섭·강성구 의원에 이어 김윤식·이근진 의원이 가세했고, 김원길·박상규 의원 등의 집단탈당이 오늘 있을 예정이다. 8일 정기국회가 끝나면 추가 탈당이 있을 것으로 보여, 민주당은 사실상 분당의 길에 들어선 셈이다.탈당 러시를 지켜보는 관전자들은 역겨울 뿐이다. 정치 혐오를 가중시키면서 정당정치의 근본을 흔드는 작태들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빨리 대통령 선거가 끝나버렸으면 좋겠다"는 탄식이 나오겠는가.
탈당 의원들은 후보 단일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속셈은 각각이다. 3자구도로는 필패(必敗)이니, 노무현·정몽준 후보를 단일화시켜 반(反) 이회창 세력을 결집하자는 게 이들의 공식 주장이다. 취지에 동참하는 의원들을 탈당시켜 교섭단체를 만들어 단일화를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탈당파 중에는 한나라당 행을 택할 의원들도 있고, 경기 지역을 배경으로 한 중부권 신당을 만들어 대선 후를 도모하자는 쪽도 있다.
탈당을 해 '독불 장군'이 된 이들이 한나라당의 영입공세와 대선 패배를 전제로 한 살아남기 유혹에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취지에는 동참하면서도 탈당하면 의원직을 박탈당하기 때문에 민주당에 눌러앉아 있는 상당수 전국구 의원들이 계속 민주당을 흔들어 댈 것도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민주당은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서서히 와해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
우리는 45일밖에 남지 않은 대선 판도가 하루빨리 정비돼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만 후보간 정책대결이 본격화할 것이고, 후보 검증에도 가속도가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 판도가 의원들의 몰지각한 줄서기와 철새행각으로 왔다갔다하는 것은 관전자를 짜증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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