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를 40여일 앞두고 각 정당과 대선 후보를 압박하는 집회와 시위, 민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노동계와 재계가 타협 가능성을 배제한 채 맞서고 있는가 하면 농민·노인·여성단체에서부터 교육계와 의료계, 문화계에 이르기까지 부쩍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일부 이익단체들은 각 후보 진영에 노골적으로 표를 앞세워 정책반영을 요구, 공약(空約) 남발에 따른 대선 이후 국정 난맥마저 우려된다.■공무원 농민 의사 등 앞다퉈 압박
당장 전국공무원노조는 노동 3권 확보를 위해 4, 5일 이틀간 최소한의 민원 인력을 제외한 7만여 조합원이 참여하는 대규모 연가투쟁에 들어간다. 민주노총도 주5일 근무제 도입과 관련, 5일 오후 총파업 돌입을 선언했고 재계도 이에 맞서 대선공약 정책건의서를 내놓고 '후보를 평가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있는 상황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도 13일 30만명이 참여하는 대회를 열어 쌀시장 개방 반대 등을, 노점상과 철거민들도 7일 대규모 집회를 갖고 철거반대 및 보호책 마련을 요구할 예정이다. 한국교총도 교원정년 원상회복을, 대한의사협회는 또다시 의약분업 철폐 요구를 들고 나와 후보들을 압박하고 있다.
집회·시위 봇물은 수치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올 7월말까지 전국의 집회·시위건수는 18만5,200여건으로 지난해 전체 17만1,300여건을 이미 넘어섰다. 각 정당에 개별 접수되는 민원도 폭주, 하루 평균 각 100여건을 넘어서고 있다.
■'너무 심하다' 논란·후유증 예고
그러나 이들이 집회와 시위, 이벤트 등을 통해 요구하고 있는 상당수 주장에 대해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중소사료업체들이 "최대 사료 생산업체인 J사의 독점을 막아 달라"고 요구, 각 후보진영을 난처하게 하고 있다. 조리사협회도 "일정 규모 이상 식당에 조리사를 의무 고용하도록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식당의 경영상태 등을 꼼꼼이 따진 후 결정해야 할 사안이어서 쉽게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집회·시위와 민원은 업종을 가리지도 않는다. 대한석유협회는 원유수입 관세를 현행 5%에서 '제로'로 무세화하는 관세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또 탄산가스 제조업자들은 아예 "탄산가스 제조에 뛰어든 대기업의 횡포를 막아 달라"고 발 벗고 나선 상황. 한국세무사회는 변호사와 공인회계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적으로 부여하는 제도를 폐지해 달라며 해묵은 카드를 또 꺼내들었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김상조(金尙祚·한성대 교수) 소장은 "이익단체의 요구가 늘어난 것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면 손해를 본다는 의식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라며 "각 후보진영은 표만을 의식하지 말고 원칙에 따라 검증해 걸러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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