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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 33인의 회상 /은퇴 외교관 33人 "그때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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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 33인의 회상 /은퇴 외교관 33人 "그때 내가…"

입력
2002.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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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중 등 지음 여강출판사 발행·1만원한국외교협회 창립 30주년을 기념, 은퇴한 회원들이 외교관으로 근무하면서 겪은 경험과 일화를 엮었다. 권병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김태지 전 주일대사, 박동진 이정빈 최호중 홍순영 전 외무부(외교통상부) 장관 등 33명이 필자로 나섰다.

이동원 전 외무부 장관은 1964년 여름 서른 여덟의 나이에 전격적으로 장관에 임명됐다. 학연 등에 관계없이 인재를 기용하려 한 그는 '군 출신 외교관 전면 교체 검토'라는 기사 때문에 곤욕을 치른다. 특히 국방부는 "군을 무시하려 한다"며 반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는 사태 진정을 위해 육군참모총장과 술자리를 갖는다. 하지만 참모총장은 술기운이 돌자 불만을 표시하고 차고 있던 권총에 손을 댔다. 순간 이 전 장관도 화가 치밀었지만 마음을 삭이고 그를 달래면서 위기를 넘겼다.

권인혁씨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봄 프랑스 대사에 임명됐다. 권 전대사는 한국의 위기 상황을 활용, 양국 최대 현안인 고속철도 계약을 파기하거나 재협상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관계 기관에 은밀히 타진했다. 그러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외교 경험에 비춰볼 때 외환위기를 구실로 고속전철사업과 외규장각 도서 반환은 연계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하는 그는 자신의 뜻을 관철하지 못한 회한을 책에 담고 있다.

박종상 전 루마니아 대사는 LA폭동을 회상한다. 피해 동포를 돕기 위해 본국과 미국내 다른 지역에서 성금을 모았으나 분배가 문제였다. LA 총영사였던 그는 시민권자나 영주권자의 피해는 미국에 일차적 책임이 있는 데다 피해 상황도 밝혀지지 않아 성금을 보관하기로 했다. 그러나 흥분한 피해자들이 어서 내놓으라 협박을 했고 자살소동까지 벌였다. 이때 겪은 마음 고생이 책에는 담담하게 적혀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외교가의 비화가 이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전해진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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