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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636)비스콘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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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636)비스콘티

입력
2002.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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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년 11월2일 이탈리아 영화감독 루키노 비스콘티가 밀라노에서 태어났다. 1976년 몰(歿). 비스콘티는 20세기 이탈리아 예술을 특징짓는 네오레알리스모(신현실주의)의 대표적 구현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힌다. 시칠리아섬 농어민들의 고된 삶과 무너져내리는 가족제도를 사회경제적 권력 관계의 틀 안에서 조명한 '대지는 흔들린다'(1948)는 전후(戰後) 신현실주의 영화의 백미다. 세상의 비참은 자연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역학에서 온다는 메시지를 또렷이 하고 있는 이 영화에는 비스콘티가 1930년대 파리에 체류하며 그 곳 공산주의자들로부터 받아들인 세계관이 배어있다.그러나 비스콘티의 영화 세계가 신현실주의만의 모노톤이었던 것은 아니다. 첫 작품 '강박관념'(1942)에서 시작해 마지막 작품 '이노센트'(1976)에 이르는 비스콘티의 필모그라피에는 강한 민중지향성 못지않게 귀족적 탐미주의가 흩뿌려져 있다. 그것은 이 영화작가의 출신과도 관련이 있을지 모른다. 비스콘티의 아버지는 이탈리아 왕국의 공작(公爵)이었다. 1946년 6월의 국민투표로 수립된 이탈리아 공화국에서 비스콘티는 자신의 출신 성분을 단숨에 뛰어넘어 민중 속으로 들어가고자 했지만, 성장기에 습득한 탐미주의는 그의 영화 세계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초기 작품에서도 그 흔적이 드러나있는 비스콘티의 탐미주의는 '감각'(1954) '표범'(1963) '저주받은 자들'(1969)에서 노골화되다가, 토마스 만의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베네치아에서의 죽음'(1971)에서 그 끝간데를 보여주었다. 비스콘티 자신의 동성애 취향을 거리낌없이 드러내며 관능적 사랑의 아름다움을 그린 이 작품은 작가 만년의 걸작이라는 찬사와 의미없는 데카당스의 향연이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고 종 석/편집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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