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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태장애인대회 3인의 선수/시각장애 딛고 마라톤 완주 "세상맞설 自信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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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태장애인대회 3인의 선수/시각장애 딛고 마라톤 완주 "세상맞설 自信 생겨"

입력
2002.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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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세상과 당당히 맞설 수 있을 것 같아요."부산 아·태장애인대회 마지막 날인 1일 오후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 살을 에는 바닷바람을 뚫고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했던 시각 장애인들이 경기장으로 들어서자 관중석에는 숙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앞을 보지도 못하는 신체적 한계와 고통을 딛고 비장애인들의 '꿈'이기도 한 42.195㎞를 거뜬히 완주해냈기 때문이다.

■'왼쪽' '오른쪽' 등불삼아 질주

마라톤에 참가한 장애인 선수는 모두 3명. 시각장애 2급인 임성준(24·서울 송파구 잠실동)선수와 잠발(41·몽골), 호시나 기요시(35·일본)선수 등 외국인 2명이 각축을 벌였다.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수십번 들었지만, 여기서 포기하면 내 삶도 주저앉을 것 같아 이를 악물었습니다." 이들은 '왼쪽' '오른쪽' '내리막' '오르막'을 외치는 러닝코치의 외침을 등불 삼아 질주를 계속했고, 연도에 나온 시민들은 우렁찬 박수로 이들의 고투에 응원을 보냈다. 시각장애인 마라톤 우승은 몽골의 잠발 선수에게 돌아갔다. 기록은 3시간1분23초.

■'첫 풀코스 도전에 성공'

이날 마라톤의 최대 화제인물은 단연 임성준 선수(3시간18분1초)였다. 3위로 우승은 놓쳤지만 첫 풀코스 도전에 성공하면서 유망주로 급부상, 찬사가 이어졌다. 임씨가 시력을 잃은 것은 고교 1년때인 96년. 이후 안마 등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왔고, 이번 경기를 앞두고는 시간을 내지 못해 20여일의 짧은 기간동안 총력을 기울여 근력과 정신력을 키웠다.

"처음에는 애처로운 듯이 바라보는 시각이 부담스러워 외출조차 마음대로 못했어요." 지난날 아픔을 회상한 임씨는 "이제는 재활스포츠를 넘어 당당한 프로 스포츠인으로의 삶을 살 자신이 생겼다"고 힘주어 말했다.

■1만5,000원 훈련수당이 고작

임 선수를 비롯한 이번 대회 참가자들이 비장애인들에게도 용기를 주는 쾌거를 이뤘지만 훈련과정은 냉대와 고통의 연속이었다. 이들에게 지급된 훈련수당은 하루 1만5,000원이 고작이었고, 간식비는 2,000원에 불과했다. 경기 연천의 합숙소는 사람 지내기에 부끄러울 정도. 선수단의 끈질긴 항의 끝에 모텔숙소로 옮겼지만, 비장애인 선수들의 호텔숙소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부산=김창배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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