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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년 세계最古 상업역사 "중국인들은 바로 商人種"/"중국인의 상술" 외교통상부 재외동포 담당 강효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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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년 세계最古 상업역사 "중국인들은 바로 商人種"/"중국인의 상술" 외교통상부 재외동포 담당 강효백

입력
2002.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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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지리적으로 우리와 중국의 경제 교류는 불가피합니다. 그런데 중국 상술이 어디 보통인가요? 그들의 상업 기질을 잘 분석하고 적절하게 대응해야 합니다."중국인은 유대인과 더불어 상업의 귀재로 알려져 있다. 우리 기업도 중국 진출이 본격화한 1990년대 중반까지 그들의 독특한 거래 방식과 관습 때문에 적잖이 고생했었다.

강효백(姜孝伯·43) 외교통상부 재외동포담당이 최근 출판한 '중국인의 상술'(한길사)은 중국 대륙을 움직이는 상인과 상업 역사의 이야기다.

저자는 우선 상업 전통을 강조한다. "상업이란 말은 은(殷)나라의 초기 이름 상(商)나라에서 비롯됐습니다. 상나라가 주(周)나라에 망한 뒤 유민들이 생계를 위해 전국을 떠돌며 장사를 했는데 이를 상업이라 합니다. 4,000년의 역사를 갖고 있지요."

서양에서 16세기에 등장하는 지폐가 12세기 원나라때 수표 어음과 함께 사용됐을 정도니 중국은 어디와도 비교할 수 없는 오랜 전통을 갖고 있다. 사회주의 체제에서 상업적 전통이 잠시 잊혀졌지만 시장경제 도입 이후 되살아나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중국은 이념이 아니라 경제로 접근해야 하는데도 일부 한국 기업인이 '민주주의를 확대해야 한다'는 식의 발언을 하는 것은 중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넓은 국토, 많은 인구만큼이나 상업적 특성이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우리와 크게 다르다. 저자는 그래서 광둥(廣東) 상하이(上海) 창장(長江)델타 베이징(北京) 등 네 곳을 집중적으로 비교한다. 중국 경제의 사두마차(四頭馬車)인 이들 지역은 면적이 전체의 5%도 안되지만 국내총생산(GDP) 외자유치 수출 등은 6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남부 광둥은 개방경제의 시험장. 1979년 광둥의 선전주하이(朱海) 등에 경제특구를 설치하고 서방의 자본 기술을 도입했다. 그런 광둥에서는 어떤 상품을 사용하느냐를 보고 사람의 인격을 판단한다. 돈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해 저자는 "광둥 사람의 신은 바로 돈"이라고 단언하고 그곳 사람을 '상인종'(商人種)이라 부른다. 돈을 주로 먹고 마시는데 쓰는 것도 그들의 특징.

광둥에서 이뤄진 실험적 개방은 상하이에서 실제 차원으로 적용된다. 저자는 1995년부터 4년간 상하이 영사관에서 근무했는데 이때 만난 사람들의 특징을 이렇게 소개한다. "정치에 관심이 없지만 외래 문물 수용에는 적극적입니다. 외국어도 잘하지요. 상인들은 일단 계약이 성사되면 잘 지킵니다. 상업 활동이 원칙에 충실합니다."

창장 델타는 저장(浙江) 강쑤(江蘇) 등 상하이의 외곽지역. 중국 100대 기업(2001년 기준) 가운데 22개사의 본사가 이곳에 있고 100대 기업주 가운데 25명이 이곳 출신이다. 저장에서는 예로부터 장사를 과거 급제보다 더 높게 쳤을 정도다. 특히 닝보(寧波) 항저우(杭州) 등 저장성 출신 상인들은 20만∼30만명이 세계를 돌아다니고(인해전술), 한번 상업활동을 하면 절대 물러서지 않는(임전불퇴) 등 상업 전략이 보통이 아니다.

수도 베이징은 GDP가 상하이의 55%(1999년 기준)에 불과할 정도로 경제적 위상이 떨어진다. 관료의식이 깊어 물건을 팔 때도 구매담당자보다는 간부를 먼저 찾아야 한다고. 그러나 마냥 그러리라고 보는 것은 무리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대비, 정부가 이 곳에 300억 달러를 투입해 경제적 발전을 꾀하려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리 기업도 이같은 차이를 고려해야 하는데 이를 잘 모른다"고 안타까워했다. 예를 들어 관료주의가 강한 베이징에서는 명품 브랜드로 승부하고, 명분을 중시하는 산둥(山東)에서는 값싸고 검소한 상품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것.

중국의 상징어가 된 만만디(천천히)도 옛말이다. "다른사람 일에는 무관심해도 자신의 이익에는 매우 기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결코 만만디라고 볼 수 없습니다."

1995년부터 올해 8월까지 상하이 영사관, 베이징 대사관 등에서 근무한 저자는 공직자로서의 경험과, 주말마다 중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겪은 개인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썼다. 6월 베이징 대사관에서 탈북자 원모씨가 중국 공안에 강제 연행되는 것을 저지하다 다치기도 했다. 그는 "아직도 오른쪽 팔꿈치가 아프다"고 말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 중국인이 본 우리상인

세계 최고의 상술을 지닌 중국인들은 한국 상인을 어떻게 생각할까. 강효백씨가 만난 많은 중국인은 우선 한국 상인의 악바리 근성에 기겁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떻게든 거래를 성사시키려는 강한 승부욕과 불굴의 의지에 감탄한다고 한다. 우리가 조급증의 상징어로 생각하는 '빨리빨리' 정신도 일을 일찍 끝내거나 미리 대비하는 자세로 받아들이는 중국인이 많다. 협상 의제를 다른 데로 돌려 상대의 주의를 분산시키는 '성동격서'(聲東擊西)나 어려운 조건을 먼저 제시한 뒤 협상 과정에서 요구 조건을 조금씩 완화하는 '선고후락'(先苦後樂) 전술도 중국인들이 감탄하는 우리의 상술이다.

하지만 중국인이 보기에 약점도 많다. 우선 마음을 쉽게 드러낸다. 성미가 급해 오늘 만난 중국 상인과 당장 내일 계약하려 든다. 명분에 집착하다보니 중국 상인 한 명을 만나면 웬만하면 그 사람과 계약하려 하지 다른 사람은 가급적 접촉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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