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가 1일 토지거래 허가구역을 사실상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키로 한 것은 주택에서 토지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 투기의 불길을 차단하기 고강도 조치이다. 최근 강북 뉴타운 개발 계획과 수도권 주변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등의 재료가 맞물려 개발 지역을 중심으로 땅값 폭등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부동산시장이 하강국면으로 선회하고 있는 시점에 나온 '뒷북 강수'가 오히려 경기 전반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우려할 수준의 토지시장 과열
이번 조치의 핵심타깃이 된 뉴타운 예정지와 수도권 일대는 최근 부동산경기의 하락을 무색케 할 정도로 과열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린벨트로 묶여있는 은평구 진관내·외동을 제외한 성동구 왕십리동과 성북구 길음동 뉴타운 예정지의 경우 지난달 개발계획이 발표되면서 그동안 쌓여있던 매물이 자취를 감춰버렸다. 매도자들이 향후 추가상승을 노리고 매물을 거둬버렸기 때문. 길음동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투자문의는 많지만 매물이 회수되고 있어 시간이 지나면서 가격은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매물공백으로 실제 거래는 거의 없는 실정이지만 길음동의 경우 20평형대 노후주택이 평당 650만원을 호가하고 연말에는 100만원 정도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오산, 화성, 고양시 등 수도권 일대는 각종 택지개발사업과 그린벨트 해제예정 등의 재료가 땅값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천지역은 경제특구 지정 추진 등의 개발재료가 상승을 부추겼다.
이 같은 토지시장의 이상기류는 건교부가 최근 발표한 '3·4분기 토지가격 변동률'에서 확인됐고 이번 고강도 정책으로 이어졌다. 분기별로 조사·발표하는 전국 지가상승률이 11년 만에 최고치인 3.33%로 나타난 것.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시중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렸고, 특히 개발호재가 투자와 투기수요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됐다.
■땅값억제로 거시경제 부작용 최소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지정되면 주거지역 180㎡, 공업지역 660㎡, 농지 1,000㎡ 등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는 실수요여부와 이용목적 등에 대해 해당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거래를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투기목적으로 택지나 농지 등을 사는 행위는 크게 억제된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은 "이번 조치는 시중 부동자금을 산업자금으로 돌리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며 "부동산시장이 과열되면 임대료와 주거비 상승 등 인플레 요인이 발생해 거시경제 운용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이번 조치로 사전에 이 같은 부작용이 차단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미 투기바람이 한차례 휩쓸고 지나간 지역을 올가미로 묶는 뒷북정책이라는 지적도 있다. 민간 연구소 한 관계자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은 지난해 이후 돌아가면서 투기세력의 손을 타 땅값이 오를만큼 올랐다"며 "항상 투기세력을 뒤쫓아 가는 정책으로 부동산시장이 급랭과 급등을 반복한다"고 지적했다. 또 때늦은 고강도조치가 이미 하강세가 뚜렷한 부동산 및 건설경기를 더욱 악화시켜 경기조절의 실패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건설·부동산 업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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