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올 출판만화대상 수상 "로망(老忘)스" 윤태호씨/"노인의 性을 만화로… 금기에 도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올 출판만화대상 수상 "로망(老忘)스" 윤태호씨/"노인의 性을 만화로… 금기에 도전"

입력
2002.11.02 00:00
0 0

만화가 윤태호(33)씨는 내놓는 작품마다 비난과 칭찬을 한꺼번에 받았다. 1999년 단행본 첫 권이 나온 SF만화 '야후'는 무너진 건물에 깔린 아버지의 압사장면을 직설적으로 묘사해 독자들의 거친 항의를 받았지만, 그 해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오늘의 우리 만화'상을 수상했다. 서해 훼리호 침몰사고, 삼풍백화점·성수대교 붕괴사고 등을 겪으며 무참히 좌절하는 주인공 김 현의 심리 묘사가 돋보였기 때문이다.7월 발간된 단편만화집 '로망(老忘)스'(애니북스 발행)도 그렇다. 제목 그대로 '늙음을 잊은' 노인들의 섹스와 질투, 시기, 장난이 전편에 깔려 있다.

영화 '죽어도 좋아'처럼 주인공 할아버지 할머니는 다양한 체위로 성행위를 하고, 한 할아버지는 아무도 보지 않는 틈을 타 어린 손주의 우유를 뺏어먹는다. 상식과 금기에 도전한 이 작품은 최근 문화부가 주최하는 '2002년 출판만화대상'에서 저작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한국사회에서 노인들을 웃음거리 소재로 만드는 것은 대단한 용기와 배짱이 필요하죠. 특히 노인들의 사랑과 성은 금기시되는 소재입니다. 하지만 주위 노인들을 자세히 관찰하면 그들 역시 젊은이와 별반 다르지 않는 일상을 갖고 있어요. 젊은 독자들이 이 만화를 통해 '노인들도 그럴 수 있지'라는 공감을 얻고 그분들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로망스'의 모델은 작가의 장인(민경호·72) 장모(이옥자·65). 1999년 결혼했을 당시 장인 장모를 애정어린 시선으로 대하면서 작품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서로 싸우기도 하고 다독거리기도 하면서 친구가 되어가는 그분들의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실제 작품을 그리면서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많이 했죠. 저작상 상금(500만원)은 물론 두 분에게 드릴 계획입니다."

현재 단행본 17권까지 나온 '야후'의 마무리 계획도 밝혔다. "20권으로 끝낼 생각입니다. 주인공 김 현이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 개막식에서 테러를 계획하다 진압당해 죽게 되죠. 사회 부적응자의 엽기 범행과 처참한 몰락, 어쩔 수 없는 귀결이 아닐까요? 그러나 '여러 끔찍한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벌어지는 이 사회에서 월드컵 같은 축제가 웬 말이냐?'는 김 현의 마지막 목소리는 귀담아 들을 만하다고 봅니다."

1988년 만화가 허영만씨의 문하생 시절을 거쳐 93년 장편 '비상착륙'으로 데뷔한 그는 12월 인터넷을 통해 새 작품을 발표할 예정. '호텔 아프리카'의 박희정, '캥거루를 위하여'의 이강주 등 동료 만화가 5명과 함께 개설할 인터넷 유료사이트에서 사회인 야구를 그린 '발칙한 인생'을 연재할 계획이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