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애덤스 지음·햇살과나무꾼 옮김 사계절 발행·전4권 각권 6,800원토끼 열한 마리가 재앙이 닥친 고향을 탈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새로운 이상향에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청소년용 팬터지 소설이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뒤 환경청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저자는 '샤딕' '돌림병개' '그네 타는 소녀' 등의 베스트셀러를 내기도 했다. 이 책은 저자가 두 딸에게 들려주던 이야기를 묶은 것이다.
토끼 파이버는 고향 샌들포드 마을에 나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휩싸이고 이를 다른 토끼들에게 알린다. 토끼들은 새 보금자리를 찾아 과감하게 고향을 떠난다. 물론 파이버의 예감을 무시하고 눌러 앉은 녀석들도 많다. 그런데 나중에 토끼가 밀밭이나 채소밭을 약탈한다는 이유로 인간들이 토끼 굴을 파괴하고 많은 토끼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샌들포드를 떠난 토끼들은 다행히 죽음은 면했지만 오소리나 개의 위협에 직면하고 큰 강을 건너느라 힘이 빠지기도 한다. 어렵게 도착한 마을이 워터스다운이다. 하지만 모두 숫토끼인 게 문제였다. 암토끼가 없어 대가 끊길 가능성이 제기되자 독재자 운드워트가 다스리는 토끼마을 에프라파에 가서 암토끼를 데려온다. 이에 에프라파가 반격을 시도하고 두 집단간에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지만 결국 워터스다운 토끼들이 승리하고 평화가 정착된다.
어찌 보면 단순한 내용이지만 나름대로 모험소설 영웅소설 전쟁소설의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동료를 보살피고 배려하는 헤이즐, 과격하고 잘 흥분하지만 의협심과 용맹스러움을 갖춘 빅윅, 침착하지만 어려운 일을 남에게 떠넘기는 블랙 베리 등 등장하는 토끼마다 독특한 캐릭터를 갖고 있어 인간 사회의 다채로운 인물 유형을 보는 듯 하다. 저자에게 가디언상과 카네기상을 안겨준 이 책은 1972년 출간 이후 지금까지 20여개 언어로 번역됐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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