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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어디로 갔지? /고속도로가 싫어서 숲이 사라졌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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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어디로 갔지? /고속도로가 싫어서 숲이 사라졌대요

입력
2002.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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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트 M. 베이어 지음 · 유혜자 옮김 두레아이들 발행·7,500원어린 시절에는 동물이 대화를 하고 자동차가 말을 하는 상상에 빠지기도 한다. 어린이다운 이런 상상은 나이가 들면 사라진다. 키가 자라고 머리가 커지면서 어른의 관점에 맞춰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끔은 관점을 다시 뒤집어주면 보이지 않던 새로운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숲이 어디로 갔지?'(Der verschwundene Wald)는 자연의 입장에서 인간을 바라본 환경동화 단편집이다. 자연과 환경 관련 전문 기자로 활동해 온 독일의 베른트 M. 베이어가 1985년에 지은 이 책은 지금까지도 독일에서 손꼽히는 환경교육 서적이다. 동화답게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읽은 후의 메시지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아홉 편의 작은 이야기를 통해 인간사회와 환경에 대한 문제를 풀어나간다. 책의 전반부는 환경에 관한 이야기다. 도로개발문제에 거부감을 느낀 숲이 사라지고(숲은 어디로 갔지?) 돌멩이는 비닐봉지에게 답답하다고 항의한다(인내심 많은 돌). 폐차장에 버려진 고물 자동차들은 자동차 회사에 가서 배기가스 문제를 따지기도 한다(고물 자동차들의 탈출). 사실적인 시선으로 우리를 둘러싼 자연과 작은 사물들을 응시하면서, 그들의 속내를 날카롭게 끄집어내는 저자의 혜안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뒤쪽에 실린 동화들은 인간사회의 문제를 제기한다. '부활절 토끼'에서 토끼들은 모두 똑 같은 옷과 똑 같은 표정으로 대량생산되고 있다. '장군의 모자'는 자유를 찾아 떠난다. '고슴도치는 왜 가시가 생겼을까?' 가시가 없던 고슴도치는 살기 위해 밤껍질을 뒤집어썼다. '강아지, 고양이와 결혼하다'는 국경과 다른 동물과 애완동물과의 복잡한 관계를 넘어서 결혼에 성공하는 강아지와 고양이가 등장한다. '하얀 까마귀'의 은유는 의미심장하다.

이 책의 장점은 이처럼 여러 이야기들이 어린 독자에게는 재미를, 어른에게는 한번 더 생각할 여운을 주는 데 있다. 마지막 이야기에서 저자는 부엉이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현명한 부엉이는 행복을 찾아 더 좋은 세상에 가길 바라는 참새에게 여러 조언을 해준다. 결국 참새는 부족하고 열악한 이 땅에서 미래로 나아간다.

저자는 "슬픔을 잊지 않으면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하고, 현실을 망각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상상의 세계를 자극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썼다고 한다. 소중한 것은 늘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기까지 오랜 세월을 기다려준다. 우리가 잊어버렸던 부분은 사라진 게 아니고 잠시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자연도 마찬가지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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