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아시안 게임'이라는 제8회 부산 아·태 장애인경기대회가 어제 끝났다. 한국은 아시안 게임에서처럼 중국에 이어 2위를 했다. 그러나 순위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40개국 2,400여명이 '평등을 향한 도전'의 감동 드라마를 연출한 점에 의미가 있다. 골볼 론볼링 보치아처럼 장애인대회에만 있는 종목은 물론, 17개 종목의 참가선수 모두가 하나같이 인간승리의 표본이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남녀 팀 모두 한국이 우승한 골볼이었다. 골볼은 앞을 못 보는 사람들의 경기다. 팀은 시각 장애인 3명으로 구성되며 중앙선으로 2등분된 너비 9m 길이 18m의 경기장에서 상대편 골(1.3m)에 볼을 굴려 넣으면 점수를 얻는다. 볼을 마루로 굴리는 핸드볼경기라고 하면 이해가 쉽다. 안대를 한 선수들은 전·후반 각 7분 동안 바닥에 귀를 대고 엎드려 있다. 볼 속에 든 벨의 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관중은 박수를 치거나 함성을 지르면 안 된다. 그러나 응원 없는 이 침묵의 경기는 다른 어떤 종목보다 감동적이다.
■ 장애인들에게는 대단히 미안한 일이지만, 골볼 경기를 TV방송으로 보면서 정치인들을 생각하게 됐다. 앞을 못 보는 것은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골이 어디에 있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들도 엎드린 것은 같은데 국가와 민족을 위해 엎드린 게 아니라 어느 줄에 설까, 누구 지지율이 높은가를 눈치 보느라 엎드려 있다. 시각 장애인들은 굴러오는 볼의 소리를 들으려 애쓰지만, 청각장애까지 겹친 정치인들은 엎드려 있으면서도 국민의 소리를 듣지 않는다. 그들도 경기 중에 박수를 받지 못한다. 이유는 골볼 선수들과 전혀 다르다.
■ 우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장애인들을 장애자라고 불렀다. 지금은 그들을 무능력자가 아니라 '비장애인들과 다른 능력을 갖춘 사람'으로 인식하려 하는 추세다. 능력면에서 따져 보면 정치인들은 달라도 아주 특별히 다른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다. 장애인 경기대회는 선수들을 '의무분류'한다. 장애의 종류가 같더라도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공정한 승부를 위해 장애 정도가 비슷한 선수들끼리 묶어 경기를 한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서도 전체 금메달수가 499개나 됐다. 정치인들은 그런 공정한 게임의 룰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임철순 논설위원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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