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지역의 관광명소로 조성한다던 중구 선린동 차이나타운이 이름뿐인 중국거리로 전락해 관광객들을 우롱하고 있다. 중국인 산업연수생 장모(35·텐진시)씨는 최근 이곳을 찾았다가 실망이 컸다. 차이나타운이라는 이름만 믿고 방문했는데 눈에 보이는 풍경은 전혀 기대 밖의 것이었기 때문.타운 입구에 세워진 중국식 전통대문인 파이로우(牌樓)를 지나 언덕길로 오르면 슈퍼마켓, PC방, 여인숙, 세탁소 등 온통 한국간판을 단 상점이 거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나마 중국과 관련된 상점은 중화요리점뿐이어서 차이나타운보다는 '중국집 마을'이란 이름이 어울릴 것이라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현재 이곳에는 중국집 10여 곳, 중국상품 판매장 2곳, 한의원 1곳이 있을 뿐 차이나타운에 걸 맞는 볼거리와 전문상가, 쇼핑타운 등은 찾아보기 힘들다.
거리에서 만난 중국인 사업가 총페이취(叢培奇·60)씨는 "한약자재 판매차 한달에 두세번 인천에 들렀다가 이곳을 찾지만 제대로 쇼핑할 곳 없어 식사나 하고 가는 정도"라고 아쉬워했다.
한류(韓流) 열풍과 월드컵 열기 등에 고무된 인천시는 최근 이 곳을 차이나타운으로 개발한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공언과는 다른 개발의지 부족과 각종 규제 등으로 사업은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전문가들은 차이나타운을 조성하기 위해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로 화교자본을 유치하는 것을 꼽고 있다. 그러나 이 곳 토지는 대부분 한국인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화교자본의 유입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이곳에서 3대째 살고 있는 화교상인 손덕준(孫德俊·47)씨는 "중국은 토지 등을 싼 값에 제공해 외국자본을 끌어들이고 있는데 한국은 그같은 조치는 외면한 채 화교자본 유치에만 급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를 희망하는 중국상인들에 대한 비자 발급문제도 큰 걸림돌이다. 현재 외국인 투자촉진법상 5,000만원 이하 소자본 투자자들에게는 비자를 발급하지 않고 있다. 한 화교사업가(43)는 "중국인들이 차이나타운에 상주해 점포를 운영하면 비자를 발급해 주는 등 제도적인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규제도 매우 심하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6월 차이나타운과 월미도가 있는 인천 중구일대는 관광특구로 지정됐다. 그러나 각종 규제가 오히려 강화돼 이 일대 상권형성을 크게 저해하고 있다. 차이나타운의 경우 고도제한 구역이어서 5층 이상 건물을 지을 수 없다. 또 최근 건폐율이 강화된 인천시의 건축법이 적용돼, 건물을 증·개축하거나 신축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화교 이모(36)씨는 "차이나타운이 관광특구로 지정됐으나 각종 규제는 그대로 있어 개발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국무역협회 김인규 인천지부장은 "미국의 샌프란시스코나 일본의 요코하마 등은 차이나타운을 관광명소로 개발해 엄청난 수입을 올리고 있다"며 "우리도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송원영기자 wys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