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 대륙에서 자유무역지대를 향한 발걸음이 점차 빨라지고 있다.30일 동남아국가연합(ASEAN)은 성명을 통해 11월 4일 캄보디아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향후 10년 내 아세안-중국 간 자유무역지대 창설을 지향하는 협정이 서명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로버트 죌릭 미 무역대표부 대표는 1일 에콰도르에서 열리는 미주 34개국 무역장관 회의가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창설의 획기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움직임들은 머지 않아 아시아에 인구 18억 명, 국내총생산(GDP) 2조 달러 규모의 자유무역지대와, 미주 대륙에 인구 8억명, GDP 3조 달러 규모의 공동시장이 탄생할 것임을 알려주는 전주곡이다.
바야흐로 세계는 지역 간,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 자유무역지대에 속해야만 경제성장이 가능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왜 FTA를 체결하는가
WTO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세계 각국은 FTA를 포함, 250건의 지역무역협정(RTA)을 체결한 상태이다. 올해 체결된 일본-싱가포르간 FTA, 유럽연합(EU)-남아공간 FTA 등을 감안하면 300건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주목되는 것은 1995년 WTO 출범 이후의 FTA 체결 건수가 1995년 이전 수십 년 간의 체결 건수를 능가한다는 점이다. 세계 2차 대전 직후 브레튼우즈 체제가 성립하면서 각종 무역협정이 급증했던 때와 비슷한 양상이다.
FTA 체결 급증은 미국과 유럽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유럽연합을 통해 배타적인 자유무역지대를 운영함에 따라 일본, 중국, 개도국들이 자구 차원에서 팔을 걷고 나서면서 비롯됐다.
또 FTA가 개별 국가의 경제 독립성을 보장하면서도 투자·무역 증대를 꾀할 수 있는 최적의 방식이라는 점도 또다른 배경이다. FTA체결 국가 간 무역신장은 WTO체제를 흔들 정도가 됐다. 1990년 미국, 캐나다, 멕시코 3국의 전체 무역에서 3국 간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40%였지만 NAFTA 체결 이후인 2000년에는 58%로 급증했다.
▶FTA는 세계화의 적인가
FTA 비판론자들은 FTA가 역내 관세 인하와 투자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비체결 역외국가에 대해서는 장벽이 되며 이는 빈국과 부국들 간의 경제격차를 늘이고 WTO 체제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프레드 버그스텐 미 국제경제연구소장 등 옹호론자들은 "FTA가 WTO 체제를 보완하고 세계화를 촉진할 것"이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WTO 구성이 지지부진했던 90년대 초 미국이 NAFTA를 추진, WTO 창설을 촉진했던 상황은 옹호론자들이 드는 단골 메뉴이다. 전 세계의 무역질서를 다루는 WTO의 느슨한 그물망을 FTA가 보완한다는 것이다.
박번순(朴繁洵)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개별국의 입장에서 볼 때 이런 논쟁은 한가하기만 한 탁상공론일 뿐"이라며 "미국과 EU 등이 지속적으로 주요 무역상대국들과 FTA를 체결할 것이 확실해 FTA는 이미 WTO 체제와 함께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축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키워드/ FTA란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이란 2개 이상의 국가가 상호간 관세 및 수입 제한을 철폐함으로써 통상을 자유롭게 하려는 지역간 협정이다. 경제통합 측면에서 볼 때 FTA는 역내 국가간 관세를 철폐하고 공동 경제 정책을 수립하는 관세동맹(남미공동시장)과 완전 경제통합(유럽연합)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지만 각국이 경제정책의 자율성을 보장받는다는 점에서 장점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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