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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계에도 "야인시대" 돌풍/ 꽃미남 물렀거라 "싸나이" 나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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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계에도 "야인시대" 돌풍/ 꽃미남 물렀거라 "싸나이" 나가신다

입력
2002.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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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계에 '야인시대' 돌풍이 몰아치고 있다. 김두한의 일대기를 그린 이 드라마가 최근 5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자 드라마의 시대적 배경인 1930∼40년대 패션이 직장인들의 화두가 됐다. 중절모와 트렌치코트, 줄무늬 양복에 풀을 먹여 빳빳하게 다린 흰색 드레스셔츠에 이르기까지 복고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야인(野人) 패션'은 갈수록 여성스러워지는 남성패션의 큰 흐름에 급제동을 건 이단적 흐름이다.

■중절모, 줄무늬 정장, 트렌치코트, 승마바지…

야인패션으로 베스트셀러 아이템에 먼저 등극한 것은 중절모. 중절모는 패션상품이라기보다는 주로 노인층의 방한용 모자로 이용됐던 것이 '야인시대'의 바람과 더불어 20∼30대 남녀, 심지어는 유아들 선물용으로까지 폭넓게 보급되고 있다. 전통적인 중절모는 딱딱한 울펠트로 만들어지지만 요즘 나오는 것들은 그냥 모직이나 면 등을 사용해 부드럽고 캐주얼하다. 모자전문업체 세기모자의 김영만 사장은 "최근 들어 중절모 매출이 30% 가량 늘었다"면서 "드라마 인기가 무섭긴 무섭다"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트렌치코트와 정장 차림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정장 차림의 증가는 경기침체 및 지난해 미국 9·11 테러 이후 보수화 경향이 뚜렷한 세계정세 등의 영향으로 이미 예견되었던 것이 야인시대와 맞물리면서 한층 가속이 붙은 상태.

이밖에도 영국풍의 헤링본 소재 헌팅재킷과 헌팅캡, 나비 넥타이, 윙칼라 셔츠(깃이 양쪽으로 넓게 벌어진 셔츠) 등이 다채로운 서양복식의 도입기인 1930∼40년대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꽃미남 패션에 대한 반동?

패션관계자들은 야인패션 바람을 갈수록 여성스러워지고 있는 남성패션에 대한 일종의 반동이라고 분석한다. 삼성패션연구소 패션기획실 서정미 팀장은 "꽃미남 열풍에서 보듯 최근 남성들이 화장을 하고 여성스러운 디테일이나 색감이 많이 들어간 옷들을 입는 등 전반적으로 여성화하고 있다. 야인패션은 이런 여성스러워지는 남성에 대한 일종의 반동으로 마침 세계적인 보수경향과 맞물려 터프가이, 다시 말하면 카리스마 넘치는 남성미에 대한 신화를 새롭게 자극하면서 급부상했다"고 지적했다.

복고풍에 대한 향수도 한 몫 했다. '스위트리벤지'를 내놓고 있는 디자이너 홍승완씨는 "야인패션은 남자다움이 최고였던 시기인 1930∼40년대를 재현하고 있다. 당시에는 셔츠 깃에 얇고 가느다란 나무막대 같은 심지를 넣은 데다 풀을 먹여 빳빳하게 세우는 것이 유행이었고 양복 상의 역시 요즘처럼 부드러운 것이 아니라 갑옷처럼 딱딱하고 무거웠다. 이런 옷차림은 남성의 견고함을 표현하는 것으로 낭만이 있는 주먹세계에 대한 향수를 드러낸다"고 말했다.

■패드, 너무 짧은 영화

남성적인 멋을 새롭게 부각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야인패션의 인기는 정착 가능한 트렌드라기보다는 패드(갑작스럽게 인기를 얻지만 곧 사라지는 패션현상)에 가깝다는 것이 패션인들의 분석이다.

삼성패션연구소 서정미 실장은 "미국 TV드라마 '섹스&시티'가 여자주인공(사라 제시카 파커)을 내세워 캐리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것은 그것이 최신 트렌드를 받아들이고 제대로 소화해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야인시대의 경우 솔직히 옷들이 멋스럽지 않다. 이는 트렌드를 반영하지 않은 채 드라마와 배우들의 인기에 그대로 편승한 탓이 크다. 패션트렌드에 미치는 영상매체의 힘이 큰 만큼 이제 우리 드라마도 단순한 스타마케팅에서 벗어나 전문적인 스타일리스트를 통해 드라마와 패션산업을 연계하고 패션흐름을 선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야인패션을 제대로 소화하려면 드라마속 의상을 그대로 흉내내는 것보다는 최신 트렌드와 적절히 짝을 지어 입는 것이 좋다. 자칫 촌스러워 보일 수 있는 야인패션을 멋스럽게 소화하는 요령.

▶중절모

야인패션의 완성을 위한 필수품. 어르신들용은 머리 꼭지부분을 쑥 눌러놓은 형태이지만 요즘 유행스타일은 머리 꼭지부분을 누르되 일자형이 아니라 계란처럼 가운데가 도톰하게 불거져나오게 재단한 것. 한쪽 눈에 그늘을 드리울 정도로 기울여 쓴다.(세기모자)

▶줄무늬 통바지

'재킷은 꼭 맞게, 바지는 통바지로'가 올해의 트렌드. 바지단에 4㎝쯤 카프라가 접혀있으면 더욱 멋스럽다

▶트렌치코트

종아리 길이의 긴 것보다는 무릎 바로 위에서 끊어지는 짧은 것이 대세. 베이지나 카키보다는 검정이나 쥐색에 허리벨트를 갖춘 것이 야인패션에 제격이다.

▶윙칼라 셔츠

윙칼라의 길이를 짧게 하고 깃대를 높여 세련미를 더한 셔츠. 하얀색 또는 거의 하얗게 보이는 옅은 청색이 인기.

▶가죽 블루종

일본순사 니와를 연상시키는 패션품목. 블루종은 올해 최고 인기 아이템으로 통바지나 헌팅바지 모두에 잘 어울린다.(헤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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