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을 도외시하고 정쟁에만 매달려온 국회가 선심 입법을 남발하고 있는 것은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처사다. 대부분 이익단체의 일방적 요구를 수용한 선심 입법은 대통령 선거에서의 표만을 의식한 무책임하기 그지없는 저급한 정치행위다. 수혜자들 사이에서 형평의 문제가 제기됨은 물론, 어떤 것은 기존정책의 골간을 흔드는 경우도 있어 국정의 일관성을 위협한다. 예산이 뒷받침될지도 의문이고,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끝나듯 재 개정을 통해 유야무야될 가능성도 있다.건설교통위는 국민주택 규모인 25.7평 이하 건축물에만 허용하려던 옥탑방을 50평 이하로 확대했다. 방 하나를 늘리려는 서민의 이익을 보호해준다는 취지가 실종되고, 오히려 강남과 분당의 건축 소유주에게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가도록 했다. 국방위는 퇴직 군인의 연금을 대폭 올려주는 것을 골자로 한 군인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사학 연금과 공무원 연금 등 비슷한 성격인 공적 연금의 인상 요구가 줄을 이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재정경제위는 추가 공적자금 투입을 앞둔 신용협동조합에 대해 2004년부터 특별보험료를 물지 않도록 했고, 농수산위는 농어촌 가구의 부채이자를 또다시 경감해주기로 했다. 각 상임위 별로 제 식구 봐주기와 유관단체 민원 들어주기 경쟁이 진행되고 있는 꼴이다.
국회의 입법은 상임위 통과 후에도 몇 가지 절차를 필요로 한다. 법사위는 법 체계 등 본질적 사안이 아닌 경우를 다루기 때문에 그렇다 하더라도 중앙당이 마음 먹기에 따라 시정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중앙당은 선심 입법이 가져올 폐단과 후유증을 십분 감안, 본회의 통과 전에 상임위에서 처리된 실현 불가능 하거나 형평에 문제가 있는 입법을 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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