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서 아이들이 사라지고 있다. 학교에 갔던, 혹은 친구 집에 다녀온다던 아이가 돌아오지 않는다. 길에서 깜빡 손목을 놓친 사이에도 아이들은 홀연히 없어진다. 이렇게 사라지는 아이들이 매년 4,000여명. 이 중 상당수는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가슴 속에 영원히 자라지 않는 아이의 모습을 묻은 부모들의 남은 삶은 비탄과 눈물 속에 거리를 헤매는 것 뿐이다.■ 종훈이 엄마 박미선씨
"올 겨울은 더 춥다면서요. 우리 종훈이는 슬리퍼에 반바지만 입었는데 어떡하나…."
박미선(朴美善·38·서울 양천구·사진)씨는 성큼 다가온 추위에 가슴이 더 미어진다. 아들 정종훈(鄭宗薰·4)군이 실종된 것은 한 여름철인 7월26일. 동네 놀이터에서 놀다가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뒤 소식이 없다.
그 동안 전국 방방곡곡 찾아 다니지 않은 곳이 없고, 아들 모습을 담은 전단지를 몇 만부나 뿌렸는지, 현수막은 또 얼마나 내걸었는지 헤아릴 수도 없다.
제보도 적지 않았다. "인천 부평에서 좀 큰 아이들이 어린아이를 끌고 다닌다." "종훈이 닮은 아이가 한강철교 밑에서 구걸하고 있더라"…. 박씨와 남편 정경덕(鄭暻德·38)씨는 그 때마다 만사를 팽개치고 달려 나갔다. 남편은 학원차량 운전 일도 그만 두었다.
"이제 제보도 뜸해지고 어떻게 찾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나쁜 사람들이 애들 장기를 빼내 팔아먹기도 한다는데…, 아이가 어디서 엄마, 아빠를 애타게 찾고 있을까요." 부부의 눈에서는 그렇게 흘리고도 아직 마르지않은 눈물이 어느새 줄줄 흘러내렸다.
■태수 엄마 연옥선씨
연옥선(延玉仙·39·서울 서대문구·사진)씨는 밤마다 앙상한 몰골의 아들이 꿈에 나타나 잠을 이루지 못한다. 또래였던 개구리 소년들이 유골로 발견된 것을 본 뒤부터다. 잠깐 집밖에 나갔던 아들 심태수(沈泰洙·12)군이 돌아오지 않은지 벌써 50일이 돼간다.
태수는 3살 때부터 자폐증을 앓아온 1급 장애인이라 연씨는 더욱 가슴이 찢어진다. 게다가 다른 부모처럼 전단지를 뿌리고, 직접 찾아 다니지도 못하는 스스로가 너무나 원망스럽다. 남편(42)이 막노동일을 하다 다쳐 자리에 누운 뒤 식당 허드렛일을 하며 생계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대신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다니는 태수의 대영학교 선생님들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얼마 전 자폐증 미아가 신장이 하나 없어진 채 발견됐다는 뉴스를 접하고는 까무러치기도 했다"는 연씨는 "태수가 금방이라도 경찰아저씨 손을 잡고 들어서며 '엄마, 칙칙폭폭 놀이하자'고 소리칠 것만 같다"며 목이 메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황재락기자 find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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