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3국이 북한 핵 계획을 폐기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대북압력방안을 협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고위당국자가 북한을 제재하기 보다는 '교육'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해 주목된다.정세현(丁世鉉·사진) 통일부 장관은 31일 고려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 특강에서 북한 핵문제에 대한 정부 대책과 관련, "우리가 먼저 나서 압박전술을 쓰기 전에 북한을 교육시키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이어 "당장 경제제재까지 들어갈 것도 없다"면서 "미국 보다는 훨씬 평화적인 방법,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북한이 핵개발계획 폐기를 계속 거부할 경우 대북 경제지원과 중유 제공, 경수로 공사 중단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미국측 주장과는 사뭇 온도차가 나는 것이다.
이 같은 괴리는 결국 북한 핵사태 자체를 보는 시각차에 기인한다. 정부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전쟁직전까지 치달았던 1993∼94년 핵 위기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보고 있다. 우선북한이 극심한 체제 위기로 제재를 무릅쓸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 장관은 "북한은 인도적 지원 등을 제공하는 나라에서 얼굴색만 바꿔도 힘들어지게 돼있다"면서 "북한이 벼랑끝 전술(brinkmanship)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정 장관이 북한의 핵 개발 시인에 대해 "전달과정에서 거두절미하고 그렇게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의구심을 표시한 것도 이 같은 정세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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