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한 한 잔의 차로 계절의 시름을 달래고 싶은 때다. 가을이 차의 빛깔과 향기에 녹아들고 손바닥을 적시는 찻잔의 온기는 마음까지 데워준다. 건강음료로, 또 마음을 가라앉혀주는 효용 때문에 최근 차를 찾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다. 세계 각국의 차를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공간도 늘어나고 있다. 이중 서울 종로구 화동 '다담선'은한국 차와 중국 차를, 이화여대 정문입구에 자리잡은 '티앙팡'은 동남아시아 차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차전문점이다.● 다담선
'다담선'(02―725―0921)은 덖음차, 반발효차, 발효차 등 다양한 차 종류와 격조높은 차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이 곳은 회원제로 운영됐으나, 최근 차문화를 보급한다는 차원에서 일반 손님도 받고 있다.
찻잎을 따서 말린 후 뜨거운 열로 쪄서 발효를 막은 덖음차의 대표는 녹차다. 찻잎을 살짝 부수어 반쯤 발효시켜 말린 반발효차의 대명사는 우롱차이고, 서양에서 보편적으로 마시는 홍차는 발효차에 속한다. '다담선'은 덖음차로 국내 차 장인으로 이름난 신광수씨의 녹차나, 차품평대회에서 수상한 차, 중국 10대 명차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녹차 용정 등을 갖췄고, 반발효차로는 중국의 기명 철관음 육계 대홍포 수선을, 발효차로는 8562전차 광운공병원차등을 구비하고 있다. 8562전차는 네모난 벽돌모양으로 굳힌 보이전차가운데서도 최상급으로 평가되는 차다.
8562전차는 문화혁명 이후에 생산된 종류가운데 최고의 진품으로 꼽히며 마실 때 목에서 단맛을 은은하게 느낄 수 있다. 요즘처럼 기온이 떨어지는 계절에는 발효차가 좋지만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이라면 여름에 많이 마시는 녹차도 무방하다. 차를 주문하면 차도구와 다식이 함께 나온다. 차도구는 덖음차나 발효차에 따라 달리 쓴다. 차의 종류에 따라 색깔과 향이 다르기 때문에 찻잔도 따로 써야 차의 향을 제대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다도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지만, 찻물의 온도, 차와 물의 비율, 차 우리는 방법에 따라 차의 맛이 다르기 때문에 이왕이면 제대로 차를 즐기는 것이 좋다. 차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위해서는 팽주(주인)가 차를 우려내 주기도 한다. 차 값은 8,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조금 비싼 편이나, 차의 품질이나 차실의 분위기를 따지면 아깝지 않다.
● 티앙팡
이화여대 정문 근처 골목길에 있는 '티앙팡'(02―364―4196)도 차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러 볼 만한 장소이다. 차의 종류만 200여가지이며 주인으로부터 차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을 들을 수 있다. 인도 중국 스리랑카 등지에서 온 홍차와 향차, 우유나 향신료를 넣어 마시는 버라이어티차, 허브차 등 차 박물관을 찾은 느낌이다. 카페의 이름이기도 한 티앙팡은 물을 부으면 차가 부풀면서 국화꽃이 떠오르는 차의 종류이다. 티앙팡은 중국말로 '금상첨화'란 뜻이며 일본만화로 국내에도 소개된 '홍차왕자'에도등장하는 차이다.
홍차의 샴페인으로 불리는 다즐링은 국내에도 제법 알려진 차. 인도 북동부 서늘한 고원에서 재배되는 홍차로 소량만 생산돼 고가이며 잎을 따는 계절에 따라 향과 등급이 달라진다. 하로드 넘버 14는 다른 곳에서는 여간 해서 경험하기 어려운 명차. 런던 유명백화점 하로드가 오픈할 때 출시한 블렌드홍차로 특히 14번은 천국의 맛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밖에 중국 역대 황제들에게 진상했다는 소홍포, 양귀비가 좋아했다는 과일 여지의 향이 나며 물을 부으면 주전자속에서 꽃이 피는 여지화등 색다른 차도 구경할 수 있다. 홍차, 향차 4,000원∼ 9,000원 티앙팡 1만5,000원.
/김동선기자 wee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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