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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칼럼]대표팀 감독 선임을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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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칼럼]대표팀 감독 선임을 앞두고

입력
2002.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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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스 히딩크 전 축구대표팀 감독의 국내복귀를 둘러싼 한 여론조사를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히딩크는 과연 한국 축구에 어떤 존재인가 하는 질문은 내게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한때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던 나로서는 히딩크를 일반 국민보다 좀더 분석적이고 과학적으로 바라볼 여지가 많다고 생각한다.히딩크는 선진축구를 전수했고 무엇보다 월드컵 4강 신화라는 전인미답의 업적을 남겼다. 이 같은 쾌거는 우리 당대에선 재연되기 힘든 꿈같은 얘기다.

그러나 히딩크는 이미 7월 한국을 떠났다. 그가 남긴 "한국 축구는 이제부터 중요하다. 선수 발굴과 지도자 육성에 힘쓰지 않으면 월드컵의 성공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말은 항상 내 귓전을 맴돈다. 그리고 지금 한국 축구는 추락의 위기에 빠져 있고 축구 팬 10명중 7명은 그의 복귀에 반대한다.

나는 반대 이유를 곱씹어 보았다. 그것은 능력이나 인기와는 거리가 멀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배려한 애정이다. 박항서 감독 경질 후 국내 지도자들이 대표팀 지휘봉을 고사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미래는 없다는 위기감이 반대를 낳았다.

흔히 히딩크는 우리 사회의 고질인 학연과 지연 혈연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 성공했다고 말한다. 또 흙속에서 진주를 찾아내는 발굴의 귀재로 불린다. 나는 그의 능력을 높게 평가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는 동감하지 않는다. 국내 지도자도 능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학연 등을 뿌리칠 수 있다. 박지성 최태욱 김남일 등도 국내 지도자들이 먼저 가능성을 내다봤다. 문제는 국내 지도자들에게도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주고 '구슬을 꿰는 능력'을 발휘할 때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일이다.

대한축구협회가 2일 기술위원회를 열고 차기 대표팀 감독 선임 문제를 마무리 짓는다고 한다. 대표팀 감독은 그야말로 최고의 지도자가 맡아야 한다. 명확한 선임 기준을 놓고 허심탄회한 논의를 거쳐 최상의 인물을 뽑아야 한다. 너무도 당연한 얘기를 꺼내는 까닭은 히딩크의 충고를 되새기기 위함이다. '히딩크 축구를 전수할 최적임자'에서 하루 아침에 '지도자 경험이 없는 무능한 인물'로 몰아붙인 박항서 감독의 전철이 되풀이 된다면 한국 축구는 추락이 아닌 나락의 길로 빠져들 수 있다.

/전 대표팀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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