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코헨 제일은행장(사진)은 30일 "조흥은행 정부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지난 주 투자제안서를 제출했다"며 "정부가 8개 입찰자 가운데 실사기회를 부여한 4개사에는 포함되지 못했으나 여전히 조흥 인수에 강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코헨 행장은 "인수 후보로 선정된 다른 업체와 협상을 통해 자격을 얻어낼 생각"이라며 "제일은행 자체자금, 대주주인 뉴브리지캐피탈의 추가 지원, 제일은행 상장 등을 통해 인수자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제일은 조흥은행 인수를 위한 입찰에 참여했으나 실사를 위한 4개사에는 선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따라서 제일은행은 이미 후보로 선정된 4개사 중 한 곳과 손잡고 조흥은행 인수에 참여할 수 있으나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헨 행장은 "조흥은행은 역사가 오래된 좋은 은행이나 강력한 여신심사 노하우나 자본의 보완을 필요로 한다"며 "이를 제일은행이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통합효과가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대희기자
■ 돌연참여 배경과 전망
조흥은행 인수를 위해 신한금융지주컨소시엄 등 4개 기관이 실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제일은행이 뒤늦게 '눈독'을 들이고 나섬으로써 조흥은행 인수전은 더욱 치열한 경쟁양상을 띄게 됐다.
그러나 제일은행은 8개 입찰기관 중 4개로 압축된 실사 기관 선정에서는 탈락한데다 다른 후보와의 제휴에 성공할지도 불투명해 제일은행의 조흥은행 인수참여는 단순 '희망사항'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애초부터 제일은행이 조흥은행을 인수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분석이었다. 우선 자산규모가 30조원으로 조흥은행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데다 정부지분이 49%나 되는 제일은행이 조흥은행 민영화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정부지분 매각에 참여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제일은행을 뉴브리지캐피탈에 헐값으로 매각했다는 비난 여론이 비등한 상황에서 조흥은행까지 넘겨주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제일은행은 왜 무리해서, 뒤늦게 인수 추진을 공식 발표했을까. 특히 지금까지 "자산을 40조원으로 확대한 후에나 합병을 검토하겠다"고 밝혀온 코헨 행장이 왜 돌연 합병 추진에 나선 것일까. 우선 '하나+서울', '신한+조흥'이 추진되는 등 은행 대형화 소용돌이에 큰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제일은행이 투자계획서를 냈다가 정부의 4개 실사기관 선정에서 탈락한 뒤 불만을 품고 추가로 실사기회를 달라고 '떼'를 쓰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또 제일은행이 코헨 행장 취임 후 1년이 지났으나 뚜렷한 실적개선이 보이지 않는 데다 제일은행 경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자 '국면전환'을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