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해졌던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와 국민통합 21 정몽준(鄭夢準) 의원간의 후보단일화 움직임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상승세가 뚜렷해지자 "뭉쳐야 산다"는 공감대가 반창(反昌) 진영 내부에서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게 배경이다.우선 김상현(金相賢) 상임고문, 한광옥(韓光玉) 최고위원 등 중진들이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 최고위원 등은 "11월 들어 본격적으로 후보단일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노·정 두 후보간의 조정 역할을 자임할 태세여서 주목된다.
한화갑(韓和甲) 대표도 "정권을 넘겨줄 수는 없다"는 전제에서 내달에 후보단일화와 관련해 모종의 '중대결심'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 내 중도파 의원들도 개별적으로 단일화 노력에 가세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이날 정몽준 의원의 핵심 측근을 만나 "내달 20일께 경선을 통한 후보단일화가 이뤄져 흥행에 성공하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며 후보단일화 문제를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결속력이 급속히 느슨해졌던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후단협)도 심기일전, 단일화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들은 주말 또는 내주 초 의원 20여명이 집단 탈당해 원내교섭 단체를 구성, 후보단일화 논의에 불을 지필 계획이라고 모임 공동회장인 김원길(金元吉) 의원이 30일 밝혔다. 김 의원은 "노 후보와 정 의원이 지금처럼 2등 경쟁을 하거나, 대선 패배를 염두에 두고 야당을 준비하는 것은 역적질"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정 의원 지지도가 하락하고 노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줄어들면서 외곽은 물론 두 후보 진영 안에서조차 대선 필패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명헌(崔明憲) 의원 등 후단협 소속 전국구 의원들도 이르면 31일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당 지도부에 사실상 제명을 요구, '후보단일화' 론의 재점화를 시도할 방침이다.
하지만 후단협 소속 의원들 가운데 한나라당 입당 등 제 갈 길을 모색하는 분위기도 있어 민주당 안팎의 단일화 노력이 힘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강성구(姜成求·경기 오산 화성) 의원은 29일 "정치란 모든 길을 열어놓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해 한나라당 입당 가능성을 내비쳤다. 강 의원은 최근 한나라당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을 두 차례 만났던 것으로 확인됐다. 탈당계를 작성한 후단협 일부 의원들도 탈당 시기 및 향후 행보를 놓고 지도부와 의견이 엇갈려 실제 집단탈당이 이뤄질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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