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의 푼수 소방관 노주현(56)과 '순풍산부인과'의 미달이 아빠 박영규(48)가 손을 잡았다. 11월 4일부터 방송하는 SBS 시트콤 '똑바로 살아라'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부자 탤런트(노주현)와 그의 손아래 동서인 지방 오케스트라 심벌즈 주자(박영규)로 나온다. '순풍산부인과' 와 '웬만해선…'을 만든 김병욱 PD로서는 비장의 카드 두 장을 한꺼번에 뽑아 든 셈."김병욱 PD가 '순풍산부인과'의 아쉬움, '웬만해선…'의 아쉬움을 조금 풀어보고 싶은 모양이에요. '웬만해선…' 끝날 무렵부터 나를 점 찍어 놓았어요." 노주현은 1남 2녀를 둔 홀아비이자, 극중극인 '난중일기'에서 원균 역으로 출연하는 탤런트로 나온다. 최근 SBS 드라마 '오남매'를 끝냈고, '똑바로 살아라'에서 연인으로 나오는 김연주와 함께 라디오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박영규는 머리 모양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땡구'를 연상시키는 가발에, 그을린 피부가 두드러져 보인다. "좀 모자란 느낌이 들죠? 흐트러지지 않은 얼굴은 헤어스타일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어요." 그을린 피부는 영화 '보리울의 여름' 탓이다. "뙤약볕 아래에서 평생 찰 축구공을 다 찼다"고 한다. "포지션요? 센터포워드죠. 나한테 패스 안 하면 죽지."
"새로 시트콤을 한다니 긴장되죠. 하지만 그게 불안한 긴장이 아니라…(박영규)". 여기서 노주현이 말을 끊는다. "조금만 긴장 하냐?" 두 사람 사이엔 허물이 없어 보인다. 동서간 사이를 물어보았다. 박영규는 "쥐 잡듯 저를 잡으면서도 갈수록 애정을 보여줄 것 같다"는 기대를 한다.
그는 노주현에게 얹혀 사는 처지. 발 마사지도 해주고 아양도 떨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가난한 음악인이다. 노주현이 화답한다. "서로 미운 정이 들겠죠. 한 집에서 살면 속속들이 단점이 보이잖아요."
박영규의 포부는 '미달이 아빠'를 넘어서는 것이다. "시트콤은 상황 자체가 웃겨야지 개인기로 웃기면 안 되거든요. 이번엔 더 성숙한, '순풍산부인과' 때 놓쳤던 걸 메우는 그런 연기를 하고 싶어요. 주현이 형이랑 함께 한 드라마는 처음이지만, 코미디는 순수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거예요. 형님이 굉장히 선한 사람이에요." 노주현이 말을 또 끊었다. "아냐, 나 성질 있어."
"연기란 상대방 연기를 잘 받는 건데, 남의 연기 받지 않고 자기만 하면 '오바'가 되요. 그래야 '리알리티'가 생겨." 박영규의 조금 과장된 발음이 웃음을 자아낸다. 연출가 오태석 사단 밑에서 갈고 닦은 연극 실력 탓인지 그의 입담이 쩌렁쩌렁 식당 안에 울려 퍼진다. 노주현이 받아친다. "자연스럽고 진지해야지. 나는 영규만큼 시트콤의 대가가 아니니 여기까지만 말해야지."
"내 삶의 콤플렉스, 가난 체험 등 모든 게 어우러져 미달이 아빠의 치졸함, 집착 등이 나온 거예요. 그게 코미디가 된 거라구요." 박영규는 "SBS '대망'에서 최선재 역을 맡아 주인공 재영을 커다란 그릇으로 만드는 역도 하고 있지만, '국희' 등 정통드라마도 무리 없이 소화했다"며 시청자들이 헷갈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노주현의 자신감도 못지 않다. "'웬만해선 그들을…'으로 한 번 망가졌죠. 해오던 거만 하면 재미가 없잖아요. 그런데 왜 난 사극에서 안 불러주는 거야. 뭔가 보여줄 수 있는데."
그는 '똑바로 살아라'의 극중극에서 원균 역할을 맡아 숙원인 사극 연기를 펼친다.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도 만족스럽다. "라디오를 듣는 사람들이 이웃집 아저씨처럼 다가온다고 말하니 새로운 희열을 느끼죠. 드라마 속에서 사극도 해보고, 연애도 해야 하고, 재산도 불려야 하고, 영규와도 싸워야 하고, 상당히 바쁠 거 같아요. "
두 동서의 호흡은 마지막까지 척척 맞아 떨어졌다. "시트콤의 웃음은 '리알리티'에서 나와요. 때문에 시트콤에서는 대본이 아주 중요해." "그럼. 대충 애드립에서 웃음이 나오는 게 아니라구."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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